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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탁 위덕대학교 교수

자유한국당이 고용 대참사를 초래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국가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조만간 ‘시장주의’ 성장정책이라는 대안을 내놓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경제가 성장을 해서 고용을 창출하려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이라면 반드시 ‘생산성(productivity)’ 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노동자의 생산성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정책은 소상공인의 영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공급을 지나치게 초과하는 수요를 창출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소득주성장정책이 오히려 노동자의 구매력과 실질소득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이 노동생산성을 올려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할 시장주의 성장정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난망한 실정이다. 199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글로벌경제의 생산성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어디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시장주의 성장정책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국경제는 규모와 수준으로 볼 때, 단지 노동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은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 사회간접자본생산성, 그리고 국가체제의 생산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오래 전부터 관련 학계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가 총요소생산성(TFP)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년 전부터 수많은 해외 경영학자들이 충분히 다양한 통제변수를 사용하는 복합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es)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총요소생산성과 경제성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시키는 독립변수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는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가 출간하는 국제저명학술지(World Politics)에 실린 논문이 한국을 비롯한 중간소득국가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1)인적자본을 개발하고, 2)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3)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4)비공식경제를 줄이고, 그리고 5)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충분한 인적자본을 가지고 있고, 연구개발 투자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도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으며, 그리고 비공식경제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외국인직접투자가 거의 없다. 2013년 한국이 속한 ‘최근 고소득 동아시아’의 GDP에서 외국인직접투자의 비율이 13%이고 고소득 OECD국가는 이 비율이 무려 58%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은 이 비율이 0.66%에 불과하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외국인직접투자를 대대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하고, 자유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재기하려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매달려야 한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체제와 정책의 총체적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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