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지방법원 전경.
야간에 출입문 유리창을 깨고 안방으로 돌진하는 강도범에 놀란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허리 골절상을 입었다면 강도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상해의 고의가 없거나 직접적인 폭행·협박 때문에 발생한 상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박준용 부장판사)는 강도치상, 특수강도, 절도,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강도치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고 9일 밝혔다. 다만, 원심은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직접적인 폭력 자체에 의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지 않은 점, 재산 피해액이 큰 금액이 아닌 점 등을 참작해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고령의 여성을 상대로 강도 짓을 한 혐의로 복역하다 출소한 지 15일 된 A씨는 지난 3월 1일 홀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B씨(76·여)의 집에 침입, B씨의 가슴을 밀어 바닥에 넘어뜨린 뒤 현금 1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틀 뒤에도 B씨의 집에서 17만 원을 훔쳤다.

A씨는 3월 21일에도 B씨의 집을 찾았다. 출입문을 세게 잡아당기던 중 유리창이 깨졌고, A씨는 이 소리에 놀란 B씨가 있는 안방으로 돌진 했다. 20일 만에 다시 마주한 강도범에 소스라치게 놀란 B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전치 12주의 허리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현금 45만3000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주거침입 과정에서 유리창이 깨지게 됐는데, 피해자가 그 소리에 놀라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게 되리라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강도치상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야간주거침입강도의 기회에 허리뼈 골절 등의 상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강도 범행과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상해의 결과 발생도 충분히 예견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서 강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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