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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유산] 3.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

지역 특색 담아낸 신명나는 탈춤 공연으로 흥미 유발
천혜 자연에 스민 고즈넉한 전통의 멋으로 감성 자극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9월10일 17시07분  
벚꽃으로둘러싸인하회마을 전경.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2010년 ‘한국의 역사 마을’이라는 타이틀로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극 됐지만 각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저잣거리(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길거리)로 시끌벅적한 안동 하회마을과는 달리, 경주 양동마을은 자연과 한옥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다.

관람객 통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하회마을에는 외국인 11만8322명을 포함해 총 133만6712명이 다녀갔다. 반면 양동마을은 외국인 2만9977명 등 총 20만1657이 찾았다. 양동마을보다 6.6배 많은 관광객이 하회마을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하회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 모습.
○ 즐길거리 풍성한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만큼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다.

안동을 대표하는 공연 예술으로 보존회원 30여 명이 199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21년 동안 2318회의 공연을 했는데, 외국인 18만5703명을 포함해 286만1583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상설공연으로는 놀라운 기록이다.

공연은 1시간 동안 탈놀이 10개 마당 가운데 6개(무동, 주지,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선비)를 선보인다.

지역 특색을 고스란히 담아낸 독특한 공연으로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지난해 하회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 모습.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탈춤을 보며 21세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신명과 흥겨움이 가득한 공연은 꼬마 관객도 지루할 틈이 없다.

백정은 관객을 향해 연신 말을 걸고, 할미는 관객에게 동냥하는 시늉을 한다.

실제로 관객이 뛰어나와 불쌍한 할미의 바가지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관객이 “잘한다” “얼씨구” 같은 추임새를 넣거나 크게 손뼉을 치면 배우들도 흥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공연이 끝난 뒤 연기자들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도 좋은 추억거리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우리나라 대표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근간이기도 하다.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탈춤공원과 문화의 거리 등 안동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하회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 모습.
탈놀이가 끝나면 느긋한 걸음으로 하회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풍산 유씨 대종가 양진당(보물 306호)과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보물 414호),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멋을 보여주는 화경당(북촌댁) 등 빼어난 고택이 즐비하다.

흙과 돌로 반듯하게 쌓아 올린 담장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정겨운 초가, 수령 600년에 이르는 삼신목, 강변에 자리한 만송정 솔숲, 절벽 위에서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이 곳에서는 전통 상례 시연을 비롯해 전통 혼례 체험, 세시풍속마을장인(짚공예장) 체험, 전통생활문화 재연, 세계문화유산 특강, 서원스테이, 예절교육, 가훈쓰기 체험, 내림음식 문화 전승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는 안동한지전시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도 있어 안팎이 두루 알차다.

안동한지전시관은 닥나무에서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공장, 한지 제품과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시관, 하회탈을 비롯해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한군데 있어 흥미롭다.

하회탈 모형에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바른 다음 색깔 한지로 장식하는 탈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하회마을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 가는 길에 자리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하회탈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 지역의 탈,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의 탈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동마을 전경
○ ‘삶 속 가치’ 찾는 경주 양동마을

경주 양동마을은 우리네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고즈넉한 무첨당(無?堂·여강 이씨 종택) 처마 밑에서 이지락(이언적 선생 17대 종손) 양동마을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이 운영위원장은 “양동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로써 존재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동마을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은 유학·성리학으로 이뤄진 사회질서, 종가·종통 계념의 마을질서”라며 “주민들의 삶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익창출을 위한 상업활동에 초점을 맞추면 ‘양동’이라는 생명령은 잃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치가 중요시되는 정보화 시대에 맞춰 우리 정신문화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양동마을 전경
그는 “만약 60년대라면 어떠한 상업활동이든 용납됐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정신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이 삶에 녹아 있는 공간, 주민 존재가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만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네스코 문화제로 지정된 이후 운영위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만의 여운을 남겨야 하는데…‘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을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람을 이야기(인문학적 담론의 장소)하고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양동마을에 펼쳐지길 바라는 것이다.
양동마을 전경
정신문화를 지켜나가면서 주민들의 삶을 위한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다.

그는 “주민이 살기 위해 수익은 필요하다. 하지만 겁이 난다. 상업적 활동으로 인해 정신문화를 깨고 마을 전통 질서가 무너져 버릴까봐…” 라고 여운을 남겼다.

일부 전통마을에서 개별 상업활동이 성행하면서 겪는 패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최근 운영위는 수익이 나면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식의 ‘양동마을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공동 기업에서 공동 생산·판매를 통한 경제활동으로 수익창출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양동마을 전경
양동마을 수익 대부분은 ‘쌀’ 생산이다.

농산물을 이용해 마을 공동으로 2차 가공(유과)하고, 3차 판매해 마을 공동 수익을 증대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지락(이언적 선생 17대 종손) 양동마을 운영위원장
이 위원장은 “마을에 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경관보호지역으로 묶여 다른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 때문에 지역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현대적 공간 마련을 위해 경주시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잣거리를 비롯해 체험 프로그램 등 흥밋거리를 마련하고 홍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패사례가 많다. 민속촌과 같이 겉만 본 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정신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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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정 기자

    • 남현정 기자
  • 유통, 금융, 농축수협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