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한 사건이 또 터졌다. 11일 발생한 청도 용암온천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을 또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이날 사고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62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또 온천 건물이 5층인데도 소방서에서는 물탱크 차량만 몰고 출동했다. 불이 난 지 한 시간이 지나 인명구조가 다 끝난 뒤에야 소방사다리차가 도착했다니 소방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됐다.

온천객 14명은 반라인 체 일반 사다리로 구조됐고, 투숙객은 비명 소리를 듣고서야 탈출하는 등 대피방송도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다. 이용객이 적은 평일이었기 망정이지 이용객이 몰린 주말이나 휴일이었다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와 올해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지만 아직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제천 화재로 29명이 사망했고, 밀양 병원 화재에서도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다중이용시설의 화재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도 또 다시 유사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제천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이후 국회가 강화된 소방안전법을 만들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중소병원과 다중이용시설의 화재를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불법 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 등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 참사가 있을 때 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때 뿐이다.

이번 청도 용암온천 화재 사건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자칫 또 다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을 뻔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사건이다. 온천 건물은 최근 소방안전 점검을 받았지만 이날 화재 때 객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업체의 안전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별도의 공간인 숙박시설 투숙객들은 방송이나 경보기가 울리지 않아 뒤늦게 화재 사실을 인지했다니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번 청도 온천 화재에서도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제천이나 밀양 화재 때처럼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와 건물의 소방시설 미비 등의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났다. 철저한 원인 조사와 문제점을 파악해서 다중이용 시설에서 두 번 다시 이 같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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