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 발표

경주지진 발생 현황. 2016년 9월 12일 이후 지난 2월 28일까지 총 2천232회의 여진이 있었는데, 진앙은 본진을 중심으로 북북동-남남서 방향에 분포한다.
국내 학자가 경주지진이 포항지진을 유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지난해 규모 5.4 포항지진을 일으킨 방아쇠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지진 발생률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 동남권에 축적된 스트레스(응력)가 앞으로 더 지진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14일 학계에 따르면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명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대지진 이후 안정적인 단일 판상 지역 내 중간 규모 지진들의 앞당겨진 발생과 그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홍 교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생 직후 “경주에서 남서 방향이나 북동 방향에서 다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경주 북동쪽에 있는 포항에서 이듬해 지진이 나면서 홍 교수 언급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경주 관측소(왼쪽)와 포항 관측소 위치 시계열 자료. 붉은 수직선은 각각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발생 시점이다. 오른쪽 맨 아래 그래프를 보면 포항지진 이후 GPS 상

이번 논문에는 두 지진 간 관계를 조금 더 정교하게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포함돼 있다.

경주지진이 인접 지역 응력 작용 공간(응력장)을 변화시키면서, 그간 오랜 기간 응력이 쌓였던 포항에서 지진을 유발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우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한반도 지각을 구성하는 매질 입자 간 응집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지진의 경우 매질은 쉽게 말해 땅이다. 지진파를 매개하는 물질이 매질이다.

지진 규모나 발생 빈도는 땅에 작용하는 힘인 응력(스트레스)에 따라 결정된다.

‘매질이 약화했다’는 건 지진 활동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응력변동까지 일으켰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이런 분석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지진 상황을 살핀 결과다.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규모 5 수준 국내지진 발생률은 1년 평균 0.15번꼴이었다.

그런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다음에는 1년 평균 0.71번으로 크게 늘었다.

통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지진으로 인한 방출 에너지도 많이 증가했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87개월 동안의 방출 에너지는 그 이전 8개월의 방출 에너지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며 “이는 작은 규모의 지진 발생까지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지각이 확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지각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항복강도)가 떨어진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팀은 경주지진에 의한 포항지역 응력변화 수준(0.002bar)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응력 변화 수준(0.0001bar) 값보다 크다고 봤다.

홍 교수는 “논문 제목처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의 지진 발생 시기는 예상보다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연이어 발생한 두 지진은 동남권 지진 위험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 발생 가능성은 지각 매질 특성과 응력장 복원 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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