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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중국이 동북 3성 지역의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해 정비하는 ‘동북공정’은 2002년 시작해서 2007년 종결되었다. 학술연구프로젝트로서의 동북공정 자체는 종료됐지만, 최근 만리장성 경계를 늘린 데서 볼 수 있듯, 그 이론적 바탕이 됐던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은 여전히 다양한 변강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논리 기반하에 중국의 변강정책은 동북지구 발전전략인 ‘동북진흥전략’, 청대의 영토문제와 주변 민족국가와의 관계사가 포함될 ‘청사공정’, 문화유산 개발 계획인 ‘문화공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소수민족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형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목할 것은 동북아 지정학 게임의 축을 한반도에 두고 향후 발생할 북한 영토에 대한 영토주권의 문제를 대비한 ‘북한의 중국화’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동북공정에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격한 세력변화가 없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의 격한 붕괴를 방지해야 하고 경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려는 전략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동북공정은 중국 내에 존재했던 모든 민족이나 역사를 자국의 민족과 역사에 귀속시킴으로써 ‘대한족(大漢族)주의’를 중심으로 영토 다민족국가를 만들어나가려는 중국의 중·장기 국가전략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동북공정은 어떠한 구성 체계에서 중국과 미국의 보이지 않은 분쟁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인가?

첫째, 글로벌 패권경쟁에 따른 국제구조의 변화이다. 글로벌 패권경쟁의 사례는 단순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한반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권력의 변동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은 국제체제의 구조에서 영향을 미쳐 왔으며, 특히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플랫폼 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존 미어사이머(John Mearsheimer)에 따르면 국가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규범이나 도덕이 아니라 국가 이익과 힘이기 때문에 중국은 세력균형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국가를 압도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추구하는 공격적 현실주의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전략적 이익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지역의 중심국가로써 교두보를 확보하여 중국 주도하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패권추구적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둘째, 지역의 불확실성을 촉진하는 리더십의 대립이다. 여기에서 불확실성이란 동북아지역의 국가들이 힘의 우위를 목표로 경쟁함으로써 정치·경제·군사의 대립이 심화되어 안보 딜레마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은 물리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의 대립이 동북아지역의 불확실성을 더욱 초래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무역 전쟁, 불확실한 외교 관계, 선동적인 포퓰리즘 등 트럼피즘을 구성하는 여러 위험요소로 인해 기존의 지역 질서가 완전히 탈바꿈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진핑 주석의 견제 없는 절대권력은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워싱턴의 글로벌주의자와 경제 민족주의자 사이의 분열을 조작할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등을 통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면서 역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 대립은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흔들고 기존 질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국가주의 역사관을 둘러싼 규범의 확산이다. 미국의 국가주의는 앵글로 색슨족 중심의 인종주의적 색채를 바탕으로 소위 ‘자유 수호’를 위한 도덕적 군사주의와 결합한 자긍적 국가주의지만, 중국의 경우 한족 중심의 중화질서관을 바탕으로 도덕적 명분에 대한 집착이 있고, 굴욕으로 인한 상처를 씻으려는 저항적 국가주의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가통일, 민족단결, 변경안정을 동북공정의 목표로 채택하여 국가의 안정적 통합을 중-장기적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동북지역의 조선족이 중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 동요하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포하고 있다. 즉 국가주의 역사관의 논리에는 팽창주의적 중화민족주의가 숨겨져 있으므로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의 고려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지역구상을 둘러싸고 문화적·정치적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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