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부리를 앞으로 앞으로 밀며
활공하는 기러기떼

어둠이 갈라지고 꽁지 끝에서 다시 어둠이 모인다

끼루룩대는 저녁의 신호
아직 터지지 않은 말이 이미 터진 말을 감싸며
터진다

생기발랄한 부리들이 뒤처진 날개를
힘껏 부른다.

서정시가 파닥거린다




<감상> 서정시의 배후는 기러기 떼가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는 것과 같지요. 생기발랄한 직관(直觀)의 부리로 어둠을 모으고, 터지지 않는 말이 이미 터진 말을 감싸며, 뒤쳐진 날개를 부르는 소리가 바로 서정시가 파닥거리는 순간이지요. 바쁜 일상이지만 한번쯤 하늘을 쳐다보면 기러기 떼가 보이지요. 한 마리가 뒤처지면 다른 녀석이 데리고 오고, V자 대형으로 끼룩대면서 서로 힘을 불어넣어주며, 바람 많이 맞는 앞자리를 대신해주면서 수만리를 날아가는 기러기가 보일 겁니다. 사랑과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저 기러기 떼가 서정시의 진경(眞景)이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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