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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가마솥 대구의 별칭 ‘대프리카’는 올여름 유난하게 더웠다. 밖에 갔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샤워해야 깨운 할 정도로 몸에 속옷이 달라붙어 땀범벅으로 빨래가 산더미다. 에어컨 없으면 못 살 정도다. 선풍기도 폭염에는 더운 바람 나오는 온풍기다. 이제는 다음 달 나오는 전기세와 수도세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된다. 폭염도 재난으로 전기세는 정부에서 감경 해준다고 하지만 화끈하게 도움이 될지 뚜껑을 열어야 안다.

가을이 온다는 입춘, 아침저녁으로 서늘하여 극성을 부리던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도 한여름처럼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니 연로한 일가친척들이 기상관측으로 유례없는 40도 안팎의 열기로 한반도를 가마솥으로 달군 폭염을 버티며 무사히 견뎌낸 안부가 궁금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아무 연락 없으니 잘 계신다는 암호다.

경기도 고양 일산에 막내 동생과 사는 모친을 비롯하여 숙부님, 숙모님. 상주 공성면에 농사짓는 외삼촌, 외숙모. 의성에 사시는 당숙부, 당숙모. 전라도 광주에 딸 집에 간 이모님, 고령에 오락가락하는 분도 있지만 팔순을 모두 거뜬히 넘기고 백 세를 향해 달리는 장수 집안이다. 지난해 추석에 의성 당숙부님 구순을 넘겼다며 집안 기록 경신했다고 당당한 모습 나도 그만큼 살지 부러워 깍듯이 존경한다.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지난 일주일 사이에 폭염이 금방 서늘하더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에 춥기도 한다. 계절이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 문턱에 들어선 기분이다. 반소매, 민소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긴 소매와 겉옷이 등장한다. 그렇게 덥다고 오두방정을 떨다가도 언제 그랬듯 잊어버릴 정도로 서늘하니 인간은 간사하고 온도에 민감하다.

일주일 있으면 민족의 최대 명절 한가위다. 천고마비의 계절로 오곡백과가 넘쳐 입맛을 돋운다. 그러나 고공으로 치닫는 아파트 시세에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자영업자도 장사가 안되어 실업자가 급증하여 서민 생활은 즐거워야 할 명절에 한숨 나와 김빠진다. 수출만 잘되면 뭐하나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내수투자와 일자리 마련이 서민 밥벌이인데 문 닫는 영세점포 늘어 가계 경기 생각보다 심각하다.

산 입에 거미줄 칠 일 없으니 형편대로 장도 보고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하여 올 추석 명절 잘 보내자. 대구-안동 다부터널로 가는 중앙고속도로 항상 벌초차량으로 밀린다. 산 조상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 기운 받으려고 벌초인파 인산인해다. 다 건강하고 하는 일도 만사형통으로 잘 풀려 돈도 잘 벌리며 먹고 사는 데 힘이 덜었으면 바람이다. 나도 명절 전후에 일가친척 찾아뵙는다. 안부도 궁금하고 담소도 나누어 재충전의 고달픈 인생 활력을 받고 만수무강의 파이팅을 드린다. 한 바퀴 돌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궁금하여 찝찝했던 마음 달아나고 온몸이 가볍고 푸근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지만 명절이 있기에 차례와 성묘로 부모와 조상님을 찾아뵙기에 사람다운 인간이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르신네 뵙기가 조심스럽고 조상님 앞에는 경건해지는 자체가 기본은 됐다. 더 잘하면 효자 효녀다.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고 했다. 고생하는 귀성길 큰마음 먹고 나서자. 부모, 형제, 일가친척 만나 차례 지내고 성묘하고 안부 묻고 덕담 나누며 인생 이야기 엮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한가위명절. 파워도 얻고 행복을 충전하는 정겨운 명절로 기리자. 못 견디게 그리워 내년, 후 내년에도 꼭 찾아뵙는 날 한가위명절 꾸준히 이어지기를 모두는 바란다. 항상 한가위 명절은 정겹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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