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주요 그룹 총수가 동행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을 구체화 하기 위한 논의의 장 이 될 것이란 기대보다 아직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인들의 동행은 기대 보다 우려가 앞선다.

재계 총수들의 평양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아직 남북관계, 특히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의 동행이어서 어색한 것이다. 특히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동행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요청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데다 일부 야당 대표가 명단에 포함 되기는 했지만 제1 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표는 물론 국회의장까지 동행을 거절한 상황에서 재계 대표들의 평양행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다. 이들 그룹 총수들이 방북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장 구체적 대북 투자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정상회담의 들러리 밖에 될 수 없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선언은 지난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의 적극 추진과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방북단에 코레일과 한국관광공사 대표를 명단에 올린 것도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11일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에 철도 도로협력 등 내년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추가로 편성된 비용 2986억 원만 밝혀 논란이 된 마당이다. 정부 사업을 추진할 때 5년이나 10년 정도 예산 추계를 해서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한해의 비용만 밝힌 것이다. 남북의 판문점 선언 이행에 수조, 수십조 원이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 총수들을 이끌고 방북해 성급하게 대북 경협사업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의 단독 대북제재는 물론 유엔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인들의 평양행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자칫 기업 총수의 말 한 마디에 기업이 국제외교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