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의 강제추행 행위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한재봉 부장판사)는 대구 모 소방서 119구급대원 A씨가 대구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일 오후 3시께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2호선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20대 여성의 엉덩이 부분을 신체 일부로 문지르는 등 2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로 기소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 7월 12일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명령과 사회봉사명령, 3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재 판결했다. 이후 A씨의 형은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대구시 지방소방사 시보로 임용된 후 대구 모 소방서 119 구급대원으로 근무해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3일 A씨를 기소하면서 소방서장에게 처분 결과를 통보했고, 소방공무원징계위원회는 올해 2월 1일 A씨를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해임 징계를 의결한 뒤 이튿날 해임 처분했다. 대구시 소청심사위원회도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A씨는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 발생한 일인 데다 정직이나 감봉 등의 다른 방법으로도 징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곧바로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한 점 등을 이유로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강제추행 행위가 지방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임용 후의 소방공무원으로서의 품위가 크게 손상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119 구급대원은 좁은 공간에서 구급 환자의 신체를 자주 접촉해야 하는 데다 구급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온전히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한 신뢰가 요구되는 직업임을 고려하면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의 강제추행 행위도 지방공무원법 제69조 제1항 제3호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죄질과 성행이 매우 좋지 않다”며 “동종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까지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해임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사유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