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의료로봇연구단 개발…과학기자협회 세미나서 공개

미세수술로봇 ‘닥터 허준’. KIST 제공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 연구자가 가느다란 관을 로봇팔에 연결하자 로봇팔이 책상에 놓인 고무호스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로봇팔은 이내 고무호스 입구를 찾더니 호스 속에 관을 넣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KIST 의료로봇연구단은 지난 14일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자체 개발한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치료용 미세수술로봇 ‘닥터 허준’을 공개했다. 로봇팔과 관(카테터)으로 구성된 로봇은 몸속에서 정확한 위치에 약물을 넣거나 레이저를 쏠 수 있다.

이날 시연을 진행한 강성철 의료로봇연구단장은 “올해 안에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시험 평가를 완료하고 내년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름 3㎜ 정도의 카테터 속에는 조명 기능을 하는 광섬유와 카메라, 진통제 투입이나 레이저 투과를 위한 시술도구 통로가 들어있다. 이 카테터는 단단하지만 C자나 S자로 휘어지게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도록 기존 수술 로봇에 비해 카테터 속 카메라의 화질도 크게 개선됐다.

‘닥터 허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의료로봇연구단은 올해 새로 출범한 조직이다. KIST는 바이오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이 연구단을 신설했다.

강 단장은 “수술로봇은 현재 고가의 장비지만 우리 연구단은 앞으로 규모가 작은 수술 수준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저가형 로봇들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상용화된다면 중소병원도 얼마든지 쓸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제도에 필요한 ‘환자 이송기’(Patient transfer device)도 최근 개발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움직이는 게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환자를 쉽게 들 수 있게 제작한 장치다. 누워있는 환자의 침대 시트에 봉을 끼워 들어 올리는 방식을 쓰는데 환자를 다른 침대로 옮기거나 휠체어에 앉히는 게 가능하다.

한편 KIST는 이날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개발한 로봇도 선보였다. 높이 150㎝ 정도의 이 로봇은 집안에서 천천히 자율주행을 하다가 넘어진 노인을 발견하면 다른 가족에게 연락해준다. 또 노인이 앉았다 일어서는 걸 도와 낙상을 막는 ‘기립보행기’도 개발했다. 이 기기는 전원 없이 스프링만으로 구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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