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구룡포화장장 전국 최장수 시설…1941·1987년 각각 건립 돼 노후화 심각
각종 시설·장비 등 풀가동으로 수명 단축…정비 예산 과다 소요로 확장·이전 난항

포항 우현화장장 전경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가 봉안, 수목장 등의 문화로 바뀌면서 화장장(火葬場)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혐오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생을 마감하게 되고 가족을 떠나 세상과 이별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장례(葬禮)시설은 누구나 이용하게 될 공익시설이고 필수 생활시설이다. 하지만 문제는 화장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내 집 근처에 짓는 것은 반대하는 기피시설이라는 점이다.

동해안 최대의 도시라는 포항 역시도 화장장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지난 1941년에 문을 연 우현화장장과 1978년에 건립된 구룡포화장장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 된 화장시설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차도 주목하고 있는 노후시설과 폭증하고 있는 화장(火葬) 수요에 맞춘 시설확충이 필요하지만, 소위 님비현상으로 화장장 이전계획에 집단민원을 크게 겪으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님비(NIMBY)현상은‘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영어의 약자. 위험시설·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포항의 화장장과 비교가되는 경주하늘마루
지난 2016년 기준 전국 화장률이 82.7%, 포항시 화장률이 79.13%인데 이는 10명 중 8명 이상이 화장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장례문화가 화장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데 비해 화장장은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포항시의 경우, 2017년도 한해 총 화장건수가 4280건에 이어 올해 6월말까지 2306건으로 사망자 대비 화장률은 80%를 넘어섰다.

이는 우현화장장의 경우 하루 평균 11.8건, 구룡포화장장은 1.3건을 처리한 셈으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인 우현화장장의 12건, 구룡포화장장의 3건인 것에 비하면 거의 한계치에 육박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처조모(妻祖母)상을 치렀다는 A(43)씨는 “화장장에 자리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4일상을 해야 했다.”면서 “게다가 화장시설이 너무 많이 낡아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화장장
B(38)씨도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화장장에 비하여 수십 배의 달하는 화장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화장장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당장에 낡은 시설들을 보수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화장시설 확충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화장률 통계에 의하면 2016년 전국 화장률이 87.2%로 20년 전인 1999년도 화장률 17.8%에 비해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포항시 역시도 2010년에 65.1%였던 화장률이 지난해에는 79.3%에 이르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포항시는 앞에서 살펴본 4일장 사례가 실제로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인근 경주시의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70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화장장
문제는 800도에서 900도의 고열로 작업되고 있는 화장로의 특성상 매일 1개의 화장로를 순번제로 쉬어줘야 각종 시설과 장비를 사용 가능 연한까지 사용할 수가 있지만, 밀려드는 화장 수요로 인하여 매일을 풀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장비 수명도 짧아져서 1년에 한번 교체해주던 것이 2~3회로 늘었고, 3년에 한번 교체하던 것 역시도 2년에 한 번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화장로의 경우 하나에 2~3억 원, 세라믹타일의 경우 2~3천만원에 이르는 등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반발로 시설 확장이나 이전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화장장의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가 단순 기피시설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안전’과 ‘환경 불안’이 더 해지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화장장 건립은 공학적으로 어렵지 않다. 화장장은 기술적으로 볼 때 폐기물 소각시설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소각기술은 환경오염 우려를 말끔히 불식할 만큼 발전했고 소각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은 환경 선진국인 독일보다 훨씬 엄격하다.

우현화장장 관계자에 따르면 화장장에 설치된 집진시설이 냄새와 분진, 연기를 100% 잡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근에 밀집한 아파트단지와 학교 등에서 단 한 차례도 화장장으로 인한 민원이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화장시설을 옮길 수 있는 새로운 장소만 확보된다면 각종 장례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국비확보와 함께 각종 문화·체육시설 및 복지시설도 같이 건립해서 인근 주민들에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화장장과 장례식장, 봉안당, 유택동산(자연장지, 수목장) 등 원스톱 장례서비스가 가능한 종합 추모공원의 건립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민공모제에 의한 부지선정으로 주민저항을 최소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다면 건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와 수요 예측을 통한 적정 규모의 장례시설의 건립과, 님비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시민들의 성숙한 자세를 바탕으로 시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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