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과 연계해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지방균형발전사업이다. 그 핵심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해 지역의 성장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혁신도시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흐지부지 되고 있다. 정부는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최근 서울 집값 폭등 등 부작용이 큰 만큼 혁신도시 정책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전국 시도에 만들어진 혁신도시는 아직도 제대로 된 도시라 보기 어렵다. 생활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직원 이주율, 특히 가족을 동반해서 이주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이렇다 보니 혁신도시는 ‘오피스 캠퍼스’니 ‘지방의 외딴 섬’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임직원 이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전 기관 임직원 2명 중 1명만 가족과 함께 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10개 기관 임직원(3만9133명) 중 가족이 있는 이전 대상 직원 2만7114명 가운데 본인만 혼자 이전한 경우가 1만2939명으로 47.7%나 됐다. 경북(이전기관 12개) 54.1%(2694명 중 1458명), 대구(이전기관 11개) 48.8%(2460명 중 1201명)가 가족 동반이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을 높이려고 혁신도시마다 정주 인프라 시설 확충을 위한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러기 가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이 저조한 것은 그간 정부의 혁신도시 이전 정책이 기관 이전에만 집중한 채 정주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시즌1의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해서 가족을 서울에 두고 출퇴근에 서너 시간을 쓰거나 주말마다 올라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여당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경제 중심 서울 황폐화” 운운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1일 대구에서 “적지 않은 가족이 찢어지는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멸을 걱정하는 현실을 외면한 한심한 인식이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지금의 서울 집값 폭등 문제만 봐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꼭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어떻게 하면 혁신도시를 살려서 지방 경제의 거점으로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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