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읽다 문득 사람이 가진 공터의 평수를 재어보고
어떤 것은 깊고 어떤 것은 널따랗기에
나는 내가 가진 공터나 살피면서 밤을 산책했다


사람이 만나는 일이 공터와 공터가 만나는 일 같기도 하고
서로 공터를 넓히는 사랑을 하나 갖는 것 같아서


누가 떠나면, 둘이 있던 공터에 혼자서 남아 휑한 공터를
열 평쯤 더 늘리게 되겠지


쓸쓸한 사람을 보면 눈매가 시원한 것은
그 사람 공터에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
그 사람 문장과 문장 사이가 멀고 긴 것은
떠난 사람 많아 공터를 넓혀 왔기 때문


쓸쓸한 사람 보면, 그의 공터에 들러 바람이나
쐬다 오곤 했다





<감상>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여백이, 사람 사이에는 공터가 있어야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법이다. 쓸쓸한 사람은 상처가 많아 공터를 넓혀 왔으므로 그 평수만큼이나 남을 받아들일 여지가 많을 것이다. 그 사람이 쓴 문장도 징검다리를 건너듯, 그 사이로 물과 같은 시간이 잘 흘러갈 것이다. 반면에 여백 없는 촘촘한 문장이나 틈이 없는 사람은 재미없고 빨려 들어갈 시간이나 여지도 없다. 모든 만물을 받아들이려면 먼저 자신을 비우고 밝은 마음을 지닐 때 가능할 것이다. 오늘 쓸쓸한 그대에게 간절히 바람 쐬러 가고 싶지만, 내가 한 평의 공터를 지니고 있지 않으니.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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