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다시금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미 천명한 것처럼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시킨 이후 한반도는 격동에 휩싸였다.

4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비핵화 돌파구를 마련한 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를 확인하고 9월 말 유엔총회를 통해 종전선언을 확정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북한의 입장도 여의치 않다.

북미 회담을 통해 선(先 )종전 선언을 도출한 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참석한 정권 수립 70주년 9.9절 행사를 성대히 치르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구체화한 후 유엔 총회를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보여주려는 그림이 틀어졌다.

중국도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9.9절 참석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자처하려는 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과 함께 제기한 ‘중국 배후론’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교한 전략적 계산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공세에 밀리던 양상을 일거에 뒤집는 ‘협상의 달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 이미 수많은 비판이 제기된 것처럼 6.12 북미 합의는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됐다.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유해발굴의 4가지 항이 우선순위가 부과된 형태로 합의됐다.

북한은 북미 정상이 서명한 합의에 따라 1순위인 북미 관계 개선과 2순위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전선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특히 북한은 3순위인 비핵화와 관련하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실험장의 해체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시 요구한 CVID와 신고·검증을 “강도적”이라 비판했다.

이런 측면에서 폼페이오 방북 취소는 잘못된 6.12 북미 합의로 야기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취소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주고받기식’이 아닌 북한이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의무’임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주창하는 단계적·동시적·균형적 접근 방식과 미국이 요구하는 선(先) 비핵화의 간극을 메워야하는 중요한 회담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중재안으로 북한이 핵 신고를 구두 약속하면 종전선언을 하고 북미 간 실무 그룹을 구성하여 핵 신고 범위, 순서 등을 협의한 후 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안으로는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 가동 중단과 같은 핵동결 조치를 보여준 후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2개 안 모두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1안의 경우 핵 신고 범위, 순서 등을 미북이 쉽게 합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우선하기 힘들다.

2안의 경우도 핵 동결은 이미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합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동결’을 선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 개발 지속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미국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게 보다 새로운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4자가 같이 모여서 단기간 내 집중적으로 비핵화 정의, 범위, 시기, 방법, 보상 조치 등을 망라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북한이 비핵화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핵실험장과 미사일 실험장 폐쇄는 비핵화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는 각각의 ‘분절적’ 조치로서 의미가 퇴색된다.

한국과 미국은 6.12 북미회담 이전에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여 북한에게 제시하였지만, 비핵화에 대한 보상 조치가 부재하여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각 단계별 보상 조치가 포함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4개국 실무 책임자가 모여서 작성한 후 필요시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하는 쌍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이후 6개월간 지속된 이른바 최고 지도자 간의 ‘통 큰 결정’ 또는 ‘대 타협’은 결국 ‘디테일의 악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빠져나가기 힘든 교착국면에 진입했다.

지금은 판을 흔들어 정리한 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때이다.

북한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한국임을 잊지 말고 주도적으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방안을 북한에게 제안하고 미국과 협력하며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한국에게 주어진 중요한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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