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된 지역 외 무분별한 공연…자정 넘기기도 일쑤
단속 인력·처벌 규정 강화 등 시스템 마련 여론 고조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에 인근 주민들이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선선한 바람을 쐬러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은 이민혁(28)씨는 기가 차는 경험을 했다.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코앞에서 버스킹 공연이 시작된 것. 이 씨는 “지정된 공연장을 놔두고 해변으로 넘어와 음악을 틀고 노래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며 “허가받고 공연하는 중이냐고 묻자 투덜대며 자리를 옮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일대해수욕장에는 포항문화재단이 관리하는 버스킹 존 5곳이 있으며 사전신고를 통해 사용 날짜와 시간을 허가받아야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같은 시간대에 공연이 가능한 버스킹 밴드는 5팀으로 정해져 있으나 허가받지 않은 밴드들이 버스킹 존을 벗어나 무분별하게 감행하는 공연으로 인해 섞여버린 음악 소리는 결국 소음으로 전락한다.

이런 식으로 허가 구역을 벗어나 공연을 여는 밴드들은 하루평균 5~6팀.

이들은 지자체 소속 노점상단속 인원들에 의해 자리가 옮겨지지만 잠시뿐, 조금 뒤면 해수욕장 이곳저곳에서 노래가 다시 시작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스킹 존은 오후 1시~오후 9시까지 운영되고 소리는 65㏈을 초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예약된 공연들이 끝나고 자리가 비워진 공연장에 몇몇 밴드들이 직접 발전기를 설치해가며 공연을 이어간다.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는 음식점과 주점이 많아 비교적 늦은 밤 시간대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탓에 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얌체’ 밴드들은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도 노래를 부른다.

버스킹을 위해 포항을 찾은 A(21)씨는 “기껏 공연장 사용 예약을 통해 두 시간 남짓 노래 부르고 내려왔는데 사용 금지 시간을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 본인들의 음향장비를 설치하는 사람을 봤다. 소수의 인원들 때문에 버스킹은 ‘소음공해’라는 오해와 편견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이후 이들을 단속할 인원이 없는 심야에는 소음 기준은 사실상 효과가 없는 셈이다.

해수욕장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여남동에서도 계속되는 소음에 밤잠을 설친다. 또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려 영일대를 찾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기 일쑤고 인근 숙박업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방문객에게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B(52)씨는 “버스킹 존이 설치된 지난해부터 손님들의 항의가 부쩍 늘었다”며 “숙박업소 이용 후기에 ‘늦은 시간에도 소음이 심하다’는 불평이 자주 보인다. 외부적인 문제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항문화재단에 접수된 버스킹 관련 민원 신고는 20여 건이며 지난 여름에도 1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재단 측은 처벌 법규가 없어 공연자제와 사전신고제를 권유하는 데 그쳤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현장 요원을 투입하는 등 공연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중이나 현장 요원이 퇴근한 이후에 발생하는 공연에 대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력 수급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허가된 공연도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 비허가 공연으로부터 발생하는 주민 불편은 더 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런 공연을 제어할 규제가 없다”며 “체계적인 생활 공연 시스템을 정착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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