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풍요와 빈곤으로 대변되는 양극화 문제의 근원점에 대기업 사용자와 귀족·강성노조가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이른바 노동 3권의 주체다. 하지만 지금의 일부 강성노조는 이기적 이익집단으로 낙인찍혔다. 돈 더 많이 챙기고, 일은 최대한 적게 하고, 고용은 더 길게 유지하려 한다. 심지어는 세습 고용까지 하고 있다.

노조를 보는 일반인의 보편적 시각은 ‘그들은 이미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오래전에 중산층에 진입했거나 진입이 담보돼 있다. 취업을 위해 수십 곳, 심지어 수 백 곳에 입사원서를 내고 있는 청년들은 “노조는 무슨, 제발 입사해서 일만 좀 하게 해 달라”고 한다. 이는 서울 아파트에 고율 세금을 부과한다니까 “제발 세금폭탄 맞아도 좋으니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있어 봤으면 좋겠다”는 서민들의 박탈감과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에 새 노조가 생겼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출범을 선언했다. ‘새 노조’라고 한 것은 포스코에 기존 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노조는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새 노조 설립에 대항해서 한국노총에 지원을 받고 있다. 포스코노동조합 범비상대책위원회는 기존 기업노조 집행부 총사퇴를 받아낸 후 새 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의 양 갈래 노조가 어떻게 활동할 지는 모르지만 포스코에는 독일과 스웨덴의 ‘생산성 동맹’과 같은 ‘노경협의회’도 운영되고 있다. 이 또한 경영진과 사원 간 임단협 협의체란 점에서 노조 활동과 다르지 않다.

포스코에 새로 만들어지는 노조는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포스코는 단순히 쇠를 뽑는 제철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자금이 투입된 국민기업, 국가기업이라는 것이다. 박태준 전 회장이 “조상들의 핏값이니 잘못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모두 빠져 죽자”던 우향우 정신이 서린 기업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새 노조와 대화할 것을 천명한 만큼 그간 포스코의 부정과 비리를 정화하고 생산성 있게 노동질서를 세워야 한다. 포스코 노조는 ‘그들만의 이익집단’이 아닌 국가와 기업, 노동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노조 문화의 모범이 돼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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