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3040세대 중심으로 변화

충북 충주가 고향인 최 모(36)씨는 3년 전부터 귀향·귀성길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이미 지난주에 최 씨 가족을 비롯한 친척들이 본가에 모여 이른 차례를 지냈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 최 씨 가족은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22일부터 대만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최 씨는 “교통이 혼잡한 연휴 기간을 피해 미리 친척들과 함께 간단히 차례를 지내고 인사를 나눈다는 느낌으로 본가에 다녀왔다”며 “조상들도 찾아뵙고 여행을 통해 같이 사는 가족과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석 당일에는 한국으로 귀국해 미리 주문해둔 명절 음식을 먹으며 4살 된 아들에게도 명절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웃어른의 유언에 따라 차례 자체를 지내지 않은 뒤로 친인척 관계가 더 돈독해진 가족도 더러 있다.

포항에 거주하는 이 모(66·여)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결혼한 아들 2명의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이 차례·제사를 원치 않았다. 차례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니 아들 가족들이 더욱 자주 찾아와 함께 외식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두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부침개와 송편은 인근 반찬가게에서 3~4인분 정도만 사와 나눠 먹는다.

이 씨는 “매번 명절마다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둬도 며느리들에게는 곤욕이고 준비하지 않아도 불편한 상황이 이어져 눈치를 봐왔다”며 “이제는 더 편하게 엄마를 보고 싶어 찾아온 딸들을 기다리는 것 같아 가족들이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명절 차례를 연휴 전에 미리 지내거나 명절 당일 가족끼리 간단히 성묘로 대신하고 나머지 연휴에는 가족 여행이나 휴식 등을 취하며 명절을 보내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추석 연휴인 오는 21∼26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118만3237명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18일 밝혔다.

대구공항도 연휴 간 비행기 468편에 7만900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9만7206명으로 역대 명절 중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30∼40대의 젊은 가정이 늘어나며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앞당겨 지내는 명절 문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 티몬은 추석을 앞두고 3040세대 남녀 각 2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8.8%가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56.2%는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여성 응답자 가운데 ‘명절 증후군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을 44.8%에 달했다.

차례를 지내고 친지 맞이에 바빴던 명절 연휴가 30∼40대를 중심으로 이젠 휴식과 여행,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지리·공간적 분리 확산,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의 파괴, 서구식 문화로 인한 개인주의로의 변화, 차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규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라는 범위가 예전보다 크게 축소돼 친인척들로부터 느끼는 소속감, 귀소의식 등이 낮아졌다”며 “한가지 방식으로만 명절을 지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변화하며 다양한 방법이 인정받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가족 문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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