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훈탁 위덕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1년 11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2030년에 1인당 국민소득 10만9천 달러를 달성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5.15%)의 실질 GDP 성장률이 필요하고 이것을 달성하려면 우리가 1983-2002년에 달성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증가율 평균치(3.6%)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1%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같은 중진국은 노동생산성 향상만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 사회간접자본생산성, 그리고 국가체제의 생산성을 총칭하는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전경련이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행해야 할 7대 부문의 49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여기에 ‘동어반복(tautology)’의 오류가 있다.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위한 49가지 과제에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킬만한 조건뿐만 아니라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된 이후에 나타날 상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원인과 결과를 섞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것을 동어반복의 오류라고 한다.

그런데 천만 다행스럽게도 전경련이 제시한 49가지 과제에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치가 들어있다. 해외 경영학자들이 충분히 다양한 통제변수를 사용한 복합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es)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진 국가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총요소생산성과 경제성장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독립변수임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경련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니라 단지 7개 부문의 49가지 과제 중 하나로만 취급했다. 그리고 전경련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한 정책만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없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대대적으로 유치하려면 싱가포르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5만3천 달러에 이르는 1인당 명목 GDP를 구매력지수(Purchasing Power Parity)로 환산하면 무려 6만 달러가 넘는다.

최근 통계를 보면, 싱가포르 GDP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의 비중이 22.6%인데 한국은 이 수치가 0.66%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비제조업체(Clad)가 들어갔고 영국의 제트기엔진제조업체(Rolls-Royce)가 싱가포르에 들어가자 이 업체와 경쟁하는 미국의 제트기엔진제조업체(Pratt & Whitney)가 따라갔다. 네덜란드의 맥주 생산업체(Heineken)가 싱가포르에 들어갔다. 싱가포르는 자동화가 불가능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외 제조업체의 직접투자를 선별적으로 끌어들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제조업체가 서비스부문의 외국인 업체를 끌어들이고 이것이 다시 외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체를 끌어들여 고소득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 실효세율(2%)이 한국(18.4%)의 1/9에 불과하고 외국인투자자가 신뢰하는 청렴하고 유능한 싱가포르 통화청(MAS) 덕분에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성공한 비결은 미리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두루 생각하는 싱가포르 공직사회의 ‘역동적 거버넌스(dynamic governance)’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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