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공짜다 /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보는 자가 임자다


눈은 대용량 저장 창고다
해도 달도 별도 문제없다
공짜로 세상 모든 것을 사들여도 넉넉하다


마음은 엄청난 대식가다
산과 바다와 들도 한입이다
통째로 세상을 먹어 치워도 마음껏 허기지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드는 것
모두를 공짜로 가질 수 있는 나는
가난하지만 천하제일의 부자다


행복은 공짜다 /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감상> 애초에 풍경은 주인이 없고 공짜는 둥글고 텅 비어 있었지요. 그런데 인간은 모나고 꽉 채우려 하고 좋은 풍경마저 자기 땅이라고 마음대로 개발하여 독차지하려 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지요. 경치 좋은 곳엔 으레 별장이, 카페가, 골프장이 있으니 세상의 주인인양 위세를 떨칩니다. 마음이 꽉 차 있으면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지만, 마음을 비우면 우주도 담을 수 있지요. 풍경과 행복은 애초에 주인이 없었고, 갈 때도 빈손이니 제발 꽉 움켜쥐고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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