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을 가는 기차처럼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

포항 철도 산증인 김경홍 씨.
“철길을 따라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기차처럼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15일 포항시 남구 효자시장에서 만난 김경홍(80) 장독대 효자점 대표는 포항 철도역사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1968년께 당시 철도청에 입사해 객화차(여객·화물 열차)정비 담당으로 30년 가까이 철도 차량과 씨름했다.

공직생활 중 1975년부터 1997년 12월 퇴직할 때까지 22년간 포항에서 옛 포항역과 괴동역에서 24시간 근무 맞교대로 열차를 수리했다.

그는 “주로 열차 내의 선풍기 등 냉난방 기기와 깨진 창문 수리 등 작다면 작은 일로 별로 말 할 것이 없다”며 애써 스스로 낮췄지만 “승객 안전과 포스코 등 철강 공단 열차 화물 운송과 근로자 통근 열차, 해병대 작전 차량 수송에도 작지만 힘을 보탰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새마을호가 처음 도입됐을 때에는 관련 서적 한 권만 보고 새 열차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했고, 부산~서울을 기차로 가려면 12시간이 소요되는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은 KTX 고속철이 질주하면서 가격은 비싸졌지만 시간은 대폭 단축돼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것을 실감하는 시대 변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 포항역에서 군대 가는 아들을 배웅하며 태극기를 흔들며 우는 어머니의 모습과 보릿고개 시절 외국에서 지원된 곡물이 포항역 광장에 쌓인 광경도 회고했다.

또 동해 중부선 포항~영덕 구간 열차를 한 번 탑승해봤다는 그는 동해안 절경을 구경하며 빠른 속도로 남북을 잇는 동해선 철도 연결을 크게 환영했다.

현재 아내 김천옥(71) 씨와 효자시장에서 밑반찬 전문 가게인 ‘장독대 효자점’을 1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된장·멸치 볶음·빡빡장 등 70여 종류 전통 반찬이 인근 지곡주택단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이곳 또한 과거 포스코 통근열차가 서던 효자역과 멀지 않고, 화물 열차가 지날 때마다 차단기가 내려가는 지곡건널목과 가까워 간접적으로 철도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길을 가는 기차를 닮아 바르고 곧은 말과 행동을 해 ‘사회 생활을 잘 하지는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열차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사고 없이 정년을 할 수 있었던 것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며 “묵묵히 열차를 수리하며 편안하게 고객들이 열차를 이용했던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한편 코레일 대구본부에 따르면 포항역은 지난 191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해 올해 포항철도 역사 100주년을 맞이했다.
철거되기전 포항시 북구 대흥동에 자리했던 구 포항역 청사 전경.
또한 포항역은 최근 중요성이 크게 대두하고고 있는 동해안 철도 동해남부선(부산~포항)의 종착역이자 동해중부선(포항~삼척)의 시발점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지난 2015년 3월 KTX 포항역 흥해 신청사가 문을 연 후 철거된 옛 포항역을 축소복원키로 하고 역사 건물 실측과 관련 사진, 역 간판과 열차 시간표 등 향후 전시물을 활용할 자재를 보관하고 있다.

다음달께 옛 포항역 부지의 재개발사업 공모를 실시하면 정확한 복원 장소와 시기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철도의 날’을 9월 18일에서 6월 28일로 변경했다.

기존 철도의 날은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경인선 개통일(1899년 9월18일)을 기념하기 위해 1937년 지정돼 일제 잔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에 철도의 날을 대한제국 철도국 창설일(1894년 6월28일)인 6월28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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