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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병원장

소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 하다. 대화를 통한 소통은 결국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공감이라고 한다. 공감을 통해 이해하게 되면 최고 수준의 이해를 하는 것이고 이는 정신치료적인 효과를 가지게 된다. 공감을 통한 이해는 논리적인 이해를 넘어선 마음으로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상태를 평가할 때 이 공감을 통한 이해를 위해 면담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때 빠트리면 안 될 중요한 기법들이 있다. 한 사람의 마음을 공감을 통해 이해하고, 마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평가하기 위해 면담할 때 이런 기법들은 중요하게 쓰인다.

우선 정신과적 면담은 편안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어 면담 내용이 들릴 수 있다거나, 집중이 흐트러질 정도의 시끄러운 곳이라면 곤란하다. 혹은 너무나 정면으로 마주 앉아 마치 취조하듯 하는 자리 배치라면 생각이 매우 움츠러들 것이다. 상담가는 높고 편한 의자에 앉고 내담자는 작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서로 쳐다보기라도 한다면 편안하게 말을 할 기분이 사라질 것이다. 편안한 면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중요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가능하면 면담의 초기에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한 기법이다. 많은 소통들은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친구관계, 부부관계, 애인 관계 혹은 스승과 제자 관계 등, 이런 관계들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는데 정신과적 면담을 위해서는 치료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치료적 관계는 신뢰감이 바탕이 된 객관적이면서 적극적인 참여자 관계가 필요하며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그 관계는 실패라고 봐야 한다. 관계 형성은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면담 도중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주된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때로는 내담자는 자신의 주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쉽고 편안한 질문을 통해 주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반대로 뚜렷하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문제를 잘 표현할 때에는 미리 예단하거나 자르지 말고 자유롭게 그 사람의 표현을 다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즉, 막히면 뚫어 줘야 하며 편안히 흐르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면담이 좀 진행이 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질문을 통해 문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법도 사용해야 한다. 내담자의 문제를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구체적인 ‘예, 아니오’ 식의 폐쇄성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을 짧고 명료하게 대답하게 함으로써 막힌 생각을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기회를 주어 내담자의 자유로운 연상이 마음껏 펼쳐지도록 해 주는 기법도 필요하다.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둬도 모든 생각은 자신의 핵심감정과 연결 되게 되어 있다. 마치 연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녀도 결국은 연줄에 연결이 되어 있듯. 이때 상담가는 핵심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항상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내담자에게 거북한 주제에 대해서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초보 상담가는 내담자에게 거북한 문제일 것이라고 미리 예단 하여 그 문제를 피해 갈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것은 큰 실수이다. 성적인 문제나 약물 사용의 문제 혹은 자살 생각 같은 어려운 문제를 묻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상담가가 두려워하는 것이지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렵고 거북한 문제일수록 다 드러내어 표현하고 나면 그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으므로 더 철저히 다루어야 옳은 면담의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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