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농가 생닭 거래대금 산정때 전체가격 올리는 폐사농가 누락
'공정거래법 위반' 판단, AI 따른 대량 살처분때 제기된 '병아리 소유권 갑질'은 무혐의

닭고기 업계 1위 하림이 계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닭 가격을 정해 사육 농가의 뒤통수를 쳤다가 과징금을 물게 됐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 때 하림이 벌였던 병아리 외상 가격 인상은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하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하림은 2015∼2017년 550여개 농가와 생닭을 거래하면서 전체 거래의 32.3%인 2914건을 계약서와 달리 농가에 불리하게 닭 가격을 산정한 혐의를 받는다.

하림은 전체적인 닭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닭이 폐사한 농가 93곳의 데이터를 계산할 때 제외했다.

닭 가격은 일정 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이 사후 산정하는 구조로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성을 농가가 전적으로 부담하게 하고 이러한 계산 방식을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작년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하림의 ‘병아리 갑질’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농가는 살처분에 따른 마리당 보상금을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하림은 이 보상금과 관련해 병아리 외상값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거래 구조상 농가가 닭을 납품하지 못하게 되면 병아리 외상값은 그대로 빚이 되는데, 이를 더 올리면서 사실상 살처분 보상금을 하림이 가져가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러한 행위가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계약서에 닭이 살처분됐을 때 닭 가격 산정방법이 없었던 점,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액이 하림 측이 인상한 병아리 가격보다 더 높아 농가에게 불이익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무혐의의 근거로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거래상 열등한 지위에 있는 농가에 대금을 낮게 지급하는 행위를 최초로 적발해 제재했다”며 “사업자와 농가 사이 불신의 주요 원인인 사육 경비 지급과 관련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를 두고 하림은 “변상농가의 사육 성적을 모집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미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약사육 농가와 합의돼 이행돼 온 사항”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가 이익을 챙기거나 농가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고, 해당 농가도 조사·심의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해줬다. 그런데도 이 같은 처분이 나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약 농가의 소득 향상과 농촌 지역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욱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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