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뉴욕서 문 대통령·트럼프 회동…미공개 메세지 '주목'
평양공동선언 고리로 북미협상 기대감 높아…北 29일 연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 취재진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미국이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협상 재개를 서두르면서 다음 주 유엔총회가 한반도 외교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을 고리로 남북미가 ‘한반도 빅딜’을 향한 대화의 새틀짜기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가세한 ‘외교적 대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북 정상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번 총회를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촉매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남북 정상을 향해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면서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가능한 한 빨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측 대표가 회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하는 한편으로,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음 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측 리용호 외무상 간 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것이다.

북미가 ‘뉴욕 회담’에서 향후 협상의 방향과 틀에 합의하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실무적 성격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 신고 등을 비롯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북측이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이 북미 간 협상 재개의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를 무대로 한 북핵 외교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4일 뉴욕 회동에서부터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간 협상 촉진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지 않은 ‘플러스 알파’ 형식의 대미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의 결과는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문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환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유엔 연설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측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리용호 외무상은 29일 연설할 예정이다. 미국에 대한 대결적 자세는 자제하면서도 종전선언과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안한 리 외무상과의 뉴욕 회동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무대에서 북미 외교수장의 회동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의미를 갖는다.

뉴욕 회동은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협상보다 좀 더 큰 틀에서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미 외교수장 간의 핵(核) 담판을 연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 북미가 서로 얼굴을 붉히지는 않겠지만, 양측이 각각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더해 대북제재 문제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9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은 오는 27일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재하고 안보리 이사국 장관급이 참석하는 특별회의를 개최한다. 이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는 지속 돼야 한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북한과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북미간 협상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숨가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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