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약속도 받아…북미 협상 탄력
평양 방북 일정 마무리…24일 한미정상회담서 '중재역' 행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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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북 일정이 20일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박 3일 간의 평양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북 정상이 이틀에 걸친 회담 끝에 ‘핵 없는 한반도’ 원칙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등을 명문화 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두 정상이 합의하는 등 이번 방북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역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서해직항로를 통해 방북, 평양국제공항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북이자 김 위원장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며, 지난 5월 26일 판문점회담 이후 115일만의 남북정상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항 환영행사와 공동 카퍼레이드 등을 가진 뒤 첫날 오후부터 곧바로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두 정상의 논의 테이블에는 비핵화·남북관계 개선·군사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이라는 3대 의제가 올라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날인 18일에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2시간 가량 회담을 했으나 별도의 합의사항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틀째인 19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직접 찾아가 65분간 회담을 했으며, 1일차까지 합쳐 총 185분의 대좌 끝에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함께 발표했다.

여기서 두 정상은 최고 난제로 지목된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등 기존보다 구체화 된 내용을 적시했다.

나아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에게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혀, 양측의 비핵화 합의에 ‘+α’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 경우 비공개 합의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긴장 완화에 대해선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했고, 함께 채택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라는 내용을 선언문에 담았다.

특히 선언문 마지막 항목인 6번에선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라고 밝혀, 남북정상의 수시 만남이 실현되며 남북 관계가 한층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웠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면 분단 후 북한 최고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는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9월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연내 종전선언’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가 더해진 셈이자,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북의 협력이 깊어진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번 방북 기간 내내 다수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깊은 신뢰관계를 과시했다.

첫날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직접 문 대통령을 영접한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19일에는 문 대통령이 5·1 경기장에서 벌어진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15만 명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대규모 주민들을 상대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백두산을 함께 방문하는 것으로 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사흘 뒤인 23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으로 출국,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등 ‘중재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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