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 대창양로원 거주 12명···"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 그리워"
한인 2세도 영주귀국 지원 호소

사할린 영주귀국 한인 1세 교포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북 고령군 쌍림면 대창양로원에서 교포 등이 치매 예방 등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사할린 한인 1세의 영주 귀국 사업이 지난 2015년 종료되면서 대창양로원(경북 고령군 쌍림면 )에 들어온 160명의 동포 가운데 현재 12명만이 생존해 있다.

사회복지법인 대창양로원에는 일제에 국권이 피탈된 조국의 슬픈 현실을 온몸으로 비비며 고단한 일생을 살아왔던 사할린 교포들이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현재 인천 86명, 춘천 3명, 고령 12명 등 총 101명이 생존해있다.

1994년 영주 귀국한 사할린 한인 1세 45명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한 이후 지금까지 총 160명이 고령군 대창양로원에서 둥지를 틀었다. 이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고 현재는 12명이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 동안 강제노역과 징용에 동원돼 해외로 끌려나간 한인은 무려 5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만 명에 달하는 사할린 이주 한인들의 60여 년 동안의 삶은 동토의 땅이라는 말 그대로 불행 그 자체였다.

‘사할린 영주 귀국동포’로 불렸던 이들 동포들 가운데 58년의 세월을 강제징용에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며 수절하다가 백발이 성성해서야 부부의 연을 이은 감동적인 사연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세계인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당시 주인공인 손순이 할머니와 김창생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이들 모두 유명을 달리하면서 한이 서린 세월에 비해 짧은 부부의 연을 새롭게 엮어 그리 길지도 않은 보금자리를 삼았던 곳이 대창양로원이다.

모진 세월을 감당하고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한인 1세대는 전국 총 4350여명에 이르지만, 자녀들은 영주귀국서 제외됐다.

사실상의 또 다른 이산가족이 된 셈이다. 함께 고국 땅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정부의 지원 법안은 표류 중이며,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세월만 흐르고 있다.

사할린 이산가족협회가 조사한 설문에서 한인 2세 50∼60대 응답자 대다수가 영주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영주 귀국 지원을 확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할린 동포의 귀국과 정착, 지원 대책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7년 17대 국회 당시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10년까지 총 6개의 안건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19대 국회 때도 재발의 됐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영주귀국동포들을 돕기 위한 일부 사회단체와 종교지원단체, 개인 회원, 지방자치단체 등의 후원으로 어렵게 대창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월식 원장은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들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한 표정만으로도 읽을 수 있다”면서 “이분들의 남은 삶에 회한과 원망이 남지 않도록 국민의 관심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향이 경남 남해군인 김옥저(87) 할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 그리워진다. 우리나라에서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러시아 사할린주 홈스크시에 거주하고 있는 3남 2녀의 자식들을 그리는 그의 눈빛에 애절함이 묻어났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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