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형사부

채용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비자금 횡령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21일 박 전 은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판결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부정청탁을 통한 금융권 채용비리 등 피고인의 범행은 매우 중요하고 죄책이 무겁다”면서 “점수조작 등을 통해 청탁자를 합격시킨 과정에서 채용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은행에 입힌 손해를 대부분 갚았거나 공탁했고, 40여 년간 대구은행에 근무하면서 은행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노력한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또 함께 기소된 대구은행 전·현직 임직원 13명에 대해서는 범행 동기와 가담 정도에 따라 벌금형과 집행유예형을, 시 금고 선정에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 부정채용을 청탁한 경산시 간부공무원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가 나자 박 전 행장의 아내와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부와 검찰 측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놓고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민들의 성원으로 성장한 기업인 대구은행이 기대를 저버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감정을 저버린 솜방망이 처벌”이라면서 “대구은행의 개혁과 변화를 가로막는 솜방망이 처벌이자 봐주기 판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전 행장은 속칭 상품권 깡 수법을 이용해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뒤 8700만 원 상당을 개인 경조사비 등으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수료로 9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로 고급양복을 사는 등 2110만 원 상당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점수조작, 자격모용 등의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와 직원에게 인사부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 등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2013년 경산시 금고로 대구은행이 선정되도록 경산시 간부공무원의 아들을 부정 채용한 혐의(뇌물공여)도 추가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