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시장들 부끄러운 과거가 또 생각나 불안

영천시청 전경
추석 연휴 영천의 최대 관심사는 연일 언론에 터져 나온 김영석 전 영천시장의 비리 사건이다.

지난 17일 김 전 시장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행이라는 일부 민심과 달리 공직사회와 대부분 시민은 우려와 함께 앞으로 지역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이유인 즉 김 시장이 뇌물수수 등을 전면 부인하면서 명절 이후 경찰이 본격적으로 승진 인사와 각종 사업과 관련한 공무원들을 줄줄이 부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천의 공직사회와 지역에 미치는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추석 명절 고향을 찾은 귀향객들 또한 친구·친지들을 만나자마자 김 전 시장의 비리사건을 물으며 “어떻게 된 것이 영천은 하나같이 역대 시장들이 비리에 연루되냐?”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귀향객과 시민들은 민선 시장들의 부끄러운 과거가 다시 생각나면서 영천이 또 한 번 비리의 도시로 전락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영천의 그동안 민선 시장들의 흑역사를 되짚어봤다.

1995년도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영천시 초대 시장으로 취임한 정재균 시장(작고)부터 3·4대 박진규 시장, 5·6대 손이목 시장 3명 모두 비리로 중도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먼저 무소속으로 초대 민선 시장에 당선된 정재균 전 시장은 3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199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0년 6월 옷을 벗었다.

이어 2000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진규 시장 역시 재선에 성공했으나 부하 직원으로부터 승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2005년 낙마했다. 당시 영천 시민들은 박 시장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이목 시장 또한 2005년 5월 보궐선거로 5대 영천 시장에 취임해 재선에 성공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2007년 시장 직을 잃고 재임 시절 골프장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복역하기도 했다.

이렇듯 역대 영천시장들 모두가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퇴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를 마친 김영석 전 시장마저 비리로 실형을 받으면 영천시는 역대 민선 시장 모두가 사법처리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김 전 시장은 영천시 최초로 7·8·9대 3선 민선 시장을 역임하고 지난 6월 퇴임했다. 하지만 김 시장은 재임 시절 승진 대가로 영천시청 간부 공무원 최모(56)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각종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소식을 접한 귀향객들은 “일부 시민들은 더 이상 사건이 커지지 않기를 기대하지만 영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나라 경제도 어렵지만 영천 경제는 더 어려워 주변 상가들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며 “김 시장이 재임 시절 사업을 막무가내 벌여 영천 경기가 더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대 시장들의 불명예 퇴진과 도시 이미지 하락을 걱정해 김 전 시장을 지지하고 했는데 결국 영천 시민들이 이용당한 꼴이 됐다”며 “평소 재임 시절 청렴을 강조해 역대 시장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다”고 허탈해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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