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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재 국회의원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에는 불부터 끄고 데인 발을 치료해야 하는 데 하물며 지구라는 거대한 신체가 지진이란 상처를 입었는데도 원인만 찾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 포항의 이야기다. 

지진 발생 때부터 그 주범으로 지목돼온 포항 지열발전소는 정부의 조사결과만을 기다리며 여전히 ‘운영중단’ 상태로 수개월째 흥해읍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포항지진을 겪고, 지열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위스‘바젤 지열발전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젤 지열발전소는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2006년 시추를 시작해 불과 엿새 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3년간에 걸친 정밀 분석 결과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열발전소에 대해 영구 폐쇄 조치를 내렸다.

그런 바젤 지열발전소가 작년 3월, 영구 폐쇄된 지 8년 만에 저장소를 다시 개방했다. 

지열발전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혹여 발생할 지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폐쇄된 지열 시추공의 덮개 아래 커져버린 압력을 개방함으로써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지구과학연합(EGU)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 지질학회는 2017년 2월에서 3월 사이 저장소 지진활동이 증가했으며, 진도 1.8의 미소지진도 기록됐다’며, 발전소는 폐쇄됐지만 지열발전소 주변에 미소지진이 꾸준히 관측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완전폐쇄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미소지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바젤 지열발전소의 사례를 봤을 때 운영중지나 폐쇄뿐 아니라 사후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포항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의 연관성은 아직 조사 중에 있다. 

이에 정부는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지열발전에 대한 추가적인 논쟁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주입된 물의 거동에 따라 몇 개월 이후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국내외의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빨라도 내년이 돼서야 나올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미소지진들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발전소 옆에서 극심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필자의 사후관리 필요성 주장에 대해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물 주입량이 현격히 적어 압력상승으로 인한 위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조사를 통해 주민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사후관리 불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피해주민에 대한 도리이자 국가의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열발전소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는 지진발생 직전까지 지열발전소 인근에 총 63차례의 사전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은폐했고, 지열발전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을 때도 국가배상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서를 만들며 계산기만 두드렸다. 

피해주민들에게 불안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행위는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어디서, 왜 떨어졌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발등에 난 상처다.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지열발전소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주민의 불안감을 직시하고, 사후관리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조치가 따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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