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한가위 민심, 북방경협 활성화 기대 속 경제 우려 목소리 '압도적'

지역 여야 의원과 경북지역민들이 26일 전한 올해 추석 민심의 키워드는 ‘평화’와 ‘경제’였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연휴 기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정상회담까지 개최되면서 추석 밥상에는 단연 남북·북미 관계가 화젯거리로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민생경제의 어려움도 토로하는 이가 대다수였고 특히 청년 일자리·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대한 질책 또한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뛰어오른 밥상 물가에 중산층과 서민들은 지갑을 열기 힘들었고, 중소·소상공인들도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해 울상이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전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은 “TV에 전투기나 함포사격 같은 전쟁 장면이 사라져 마음은 편하다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다수의 주민은 경제가 너무 어렵다. 제발 취직 좀 시켜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은 ”기업인과 가게 하시는 분들 모두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며 ”남북정상회담도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완전한 평화인데 안전장치 없이 너무 성급하게 가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대구 달서병)은 ”남북문제도 좋지만 그건 두 번째다.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 문제로 지역 경제가 다 죽는다“며 ”대구는 특히, SOC 경기가 죽어 모두들 경제를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걱정 어린 추석 명절을 보낸다는 말씀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한국당 백승주 의원(구미갑)은 ”추석 연휴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로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먹고살기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며 ”현 정부는 북한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고생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살리고 자영업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역시 ”다들 힘들다, 경제 좀 살려달라는 말뿐이다. 지방에는 소규모 납품업체가 많아 밤새 일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로 정책 때문에 납품 기일을 못 맞춰 탄력적 근로제가 필요하고 자영업자들은 알바생을 줄였다며 다들 죽겠다는 하소연이 넘쳐났다“며 ”남북문제는 평화가 온다는데 대다수 주민은 북한의 통일전선 정책에 속는다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정태옥(대구 북구갑) 의원은 ”3공단의 영세업체 대부분이 기업 운영에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며 ”지역 내 소상공인들 역시 경기가 많이 어렵다. 물가는 비싸고 수입은 줄어 먹고 사는 문제에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등 한반도 평화 이슈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우려가 있었다는 게 야당 의원들이 전한 추석 민심이다.

한국당 장석춘(경북 구미을) 의원은 ”‘북한을 믿을 수 있느냐’는 부정적인 말도 있었지만,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것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북 지역민들의 추석 민심은 남북 정상회담보다 경기 불황에 따른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 명절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자녀들의 결혼과 취직에 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고 텃밭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야당 화로 국비 확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대화의 주류를 이뤘다.

도시철강 도시 포항은 침체한 철강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방 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화제였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동해선 철도 연결과 영일만항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리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서울에서 고향을 찾은 김모(43) 씨는 “포항이 조국 근대화를 이끈 도시여서 자부심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철강경기 침체로 불황에 빠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모처럼 잡은 북방 경협이 활성화돼 포항이 다시 대한민국의 경제를 주도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램을 얘기했다

공단도시 특성상 관광객보다 추석 명절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구미 추석민심은 정상회담보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

안동은 최근 도청 신도시로 인구유입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원도심 공동화 현상에 우려 목소리 높아 이에 따른 지역 경기도 싸늘했다.

고령·성주군의 민심은 일자리와 자영업, 인구감소 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서울·경기지역의 귀성객들은 차라리 시골이 살기가 좋다는 반응이고 올 연말을 기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영천은 경기가 어려워 귀향객 줄어들고 자영업자 등 주변 상가가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어려운 지역경제의 현실을 보여줬다. 영천의 핫 이슈는 귀향객과 시민 모두가 김영석 전 시장 비리 사건이 관심이었다.

문경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자녀 취업과 결혼 걱정에 관한 얘기가 많이 오갔다. 또 경제가 어려워지자 차례와 기제사를 간단하게 치러지는 추세에 대해 견해가 분분했다.

칠곡은 제대로 된 숙박업소가 없어 관광객이 저조 한데다. 대구가 가까워 소비가 대구에서 이뤄져 지역 자영업이 잘 안 된다는 애로를 털어놨다. 예전 같으면 주류를 이뤘을 정치 얘기도 화제가 됐다.

경산은 국정원특활비(뇌물수수)상납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진행 중인 최경환 의원의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내년 4월 이전에 확정돼 최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잃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최 의원의 수감으로 국비를 확보하는데 비빌 언덕이 없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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