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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교황과 테레사 수녀 성인도 방문한 천주교의 성지 대구 성모당은 올해로 건립 백 주년을 맞는 대구시의 문화재다. 성모당에는 천주교 신자도 많지만 노약자와 장애인도 심신수련과 기도에 열심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사지가 멀쩡하며 살기가 나은 사람도 고민거리를 돈으로, 줄로, 힘으로도 하다가도 안 되면 답답하여 기도에 매달리러 오듯이 구구절절한 사연에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나는 가톨릭신자로 퇴직하고 대구로 이사를 오니 갈 데가 없다. 남들은 연금 받는데 등산가고, 놀러도 가고, 어울리고 하라지만 나 홀로가 편하고 고독을 씹는 성격에 조용한 성모당이 딱 이다. 백 년 넘게 80여 분 성인을 모신 도심의 유일한 성직자 묘역 성령의 기운이 가득한 명당이다. 입구 양 기둥에 라틴어 동판 글씨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며 영혼을 울린다.

대구 시가지 중에서도 중심 중에 핵인 남산언덕에 자리 잡은 성모당 옛날 효성여고 자리로 들어가는 입구 양옆에는 울창한 백년된 숲 터널에 나무 바닥을 오르는 ‘평화의 길’ 천국의 계단을 걷는 성스러운 기분이다. 속세 찌든 더러운 오염 덩어리, 교만과 아집과 영양가 없는 잡다한 생각들…갈 때는 세탁되어 마음을 비우니 붕 뜨는 기분에 발걸음도 가볍다.

간절히 기도 하면 소원 이루어진다는 성모당. 시가지 한복판에 있어도 마음먹어야 갈 정도로 가깝고 먼 거리다. 같은 중구에 있어도 ‘성모당은 남산동’ ‘내 집은 대봉동’ 지상철 두 정거장, 노선버스 네 정거장. 타면 15분, 걸으면 반 시간 거리다. 내 건강 내 신앙 내가 챙겨 오래 살겠다는데 그 정도의 지극정성 당연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천둥 치고 태풍에 세찬 비바람에도 간다. 기도에는 공휴일이 없다. 육체도 밥 먹듯이, 마음의 밥도 먹어야 짐승이 아닌 사람이다. 매일 성모당에서 만나는 귀 어두운 형제님, 눈먼 형제님 보면 두 손 잡고 ‘찬미예수님’한다. 서로 연로하니 ‘건강하고 오래 사세’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 나온다.

장기처럼 붙어 있는 스마트 폰 천국으로 문란하고 혼탁한 세상. 결혼도 못 하고, 못 보고, 못 듣는 형제님. 우리는 사는 재미가 있겠나? 하지만 그들은 혼자가 자유롭고, 안보고, 안 들으니 마음이 깨끗하고 편해 배부르단다. 명상과 기도 하는 시간 많아 행복하단다. 정말 그렇다고 눈빛에 나타나고 얼굴에도 쓰여 있다.

오늘도 아내와 나는 성모당에 간다. 가지런한 자태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기도하는 신자들 속삭임이 천사들의 합창 소리로 들린다. 남녀노소는 물론 더러 외국인도 기도 하러 온다. 평화와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정성 들여 손발 모아 합장하고 고개 숙인다.

힘들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노력과 혈기로만 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알았다. 생사의 고비를 한두 번 넘기는 일을 당하고는 반사적으로 누구나 두 손 모아 하느님을 찾으며 믿음에 맡긴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고사성어가 삶의 순리고 자연의 섭리임을 깨닫게 한다.

신앙을 붙들고 심신을 의지하고 안식을 찾는 나약한 인간 항상 불안하다. 미래의 두려움에 큰 위안과 버팀목은 믿음이다. 믿는 대가 있어야 심신이 안정되기에 지구촌에 세 분 중 한 분은 어떤 형태라도 신앙을 가지고 있고 급하면 매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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