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망각이라면

난 기억하지 않으렵니다.

망각이 기억이라면

망각할 뻔했습니다!

그리움이 즐거움이라면

슬픔이 기쁨이라면

오늘, 무덤에 바칠 꽃을 꺾는

이 손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감상> 좋은 기억, 참된 기억은 망각조차 기억하고 싶을 겁니다. 반대로 나쁜 기억, 거짓된 기억은 기억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나는 어느 쪽에 있는 사람입니까? 참된 기억은 씨감자가 실한 열매를 물고 나오듯이, 여물고 단단한 것을 달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리움이 즐거움이 될 수밖에 없고, 슬픔조차도 기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렇게 되는 모양입니다. 기억이 굵은 뿌리를 내리면 계속 싹을 틔워 끊어낼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죽은 후에도 무덤에 바칠 꽃을 꺾는 손은 기억 때문에 행복할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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