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내달 9일부터 16일까지

경주출신으로 우리나라 대표 도예가인 이종능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 다음달 9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다.사진은 이 작가가 가마에 장작을 넣고 있는 모습.
‘토흔(土痕)’이라는 독특한 도예 세계를 구축한 경주 출신 도예가 지산 이종능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 다음 달 9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천년고찰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다.

“자연 박물관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체 유년 시절을 보냈었다”고 밝힌 이종능 작가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의 대표 도예가 중 한 명인 이 작가는 지난 30년간 흙과 불의 본질에 무게를 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유약의 색에 의존해 온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흙 본연의 질감과 색을 1300℃의 장작불길 속에서 찾아내 표현한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인 ‘토흔’을 탄생시킨 장인이자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지리산 산행에서 물기를 흠뻑 머금은 무지개 빛깔의 흙이 준 설렘을 1300도의 장작 불꽃 속에서 찾아 내고자 했다.

그 마음이 ‘토흔’ 이라는 원시성의 질감을 간직한 세계 도자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도자기를 탄생시켰다.

이것은 그가 어느 계파와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로 이어졌다.

이 작가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이다.

그 해 열린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돼 도예 초대전을 연 것을 비롯해 2002년 KBS·NHK 합작 월드컵 홍보 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서 한국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한일 문화교류에 이바지하게 된다.

또 2004년에는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조차 궁금해 했던 자기의 비밀을 그가 직접 설계한 가마에서 세계최초로 풀어내 일반 시청자는 물론 도자기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2004년에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 23인(블룸버거통신, AIG, 3M회장 등)의 부부찻그릇을 제작함으로써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도예가 지산 이종능 작가의 작품 자연의 섭리 ‘생성과 소멸’.
전 세계를 돌며 경제력 관점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의 향훈에 심취한 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도자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출품작은 약 100여 점으로, 이 가운데 무엇보다 ‘꿈’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또한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을 것 같은 백색의 달 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일련의 달 항아리 연작들과 흙의 반란, 토흔 작품, 도자기 벽화도 관심이 쏠린다.

이종능 작가는 “흙을 처음 만졌을 때는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텅 비었다”면서 “비워야 하는 숙제, 채워야 하는 고민 모두가 이 가을에 다시 설렘으로 다가온다”라고 전시회를 소개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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