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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은 호미수회 전 회장
포항에서 경북 출산장려운동이 시작됐다. 뛰노는 아이보다 허리 굽은 노인이 더 많은 세상은 피할 수 없는 세상인가. 저출산 문제를 이대로 두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들어선 시·군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5년 새 소멸위기 지자체가 6% 더 늘었다고 한다.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청 소재지를 비롯해 소멸위험지역이 경북도에만 19개 시·군이 있고 전국적으로 88개 시·군이 위험지역에 해당되며, 심지어 광역자치단체로 전라남도가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이라고 하니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다. 소멸위험지역이란 가임기 (20세~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지역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96~0.99명으로 정상적인 국가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우리 역시 초유의 현상이라 한다. 이미 올해 출산율이 ‘0.9 쇼크’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한국은 집단 자살사회”라고 말한 것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러한 출산위기를 극복해 나가야겠다고 뛰어든 사람이 있다. 포항의 김정관 전 경북도의원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 천의 눈을 가진 사람보다 세상을 바로 보는 직천(直天)을 가졌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경북회장인 김 회장은 “저출산 문제는 에이즈 퇴치보다 더 급한 일”이라고 다짐하고 지난 9월 4일 경북출산장려운동연합회 사무실을 포항에 개소한 뒤 도연합회를 조직하고 시·군지부장을 확정한 뒤 회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구 문제가 나오면 지난날 가난했던 그때 그 시절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가족계획 활동을 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가난이 죄인지라 ‘적게 낳고 잘살아 보자’는 가족 계획운동이 정부시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필자는 30대 초반 경상북도 가족계획계장으로 경북 가족계획운동을 총괄했다. “야! 이놈들아 적당히 하라! 다음 세대에는 공장 일할 놈 없어지겠다”고 하셨던 구자춘 경북도지사 말씀이 50여 년이 지난 이제야 와 닿는다.

경북 도내 음성나환자촌 22개 마을을 순회 방문했을 때 모 마을촌장이 “문둥이라고 사람 대우받지 못하는데…, 문둥이 자식 낳아서 어데 쓰겠능교”했던 그 촌장 이야기가 갈수록 생생하게 가슴을 울린다. 나라를 위하고 겨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 인구 감소 문제는 특정인의 고민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고민으로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00년 이후 우리 사회가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트렌드’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아예 결혼 자체를 안 하는 ‘비혼 트렌드’로 가고 있다는 게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년·손자 없는 할매·할배가 어디 있는가, 저출산으로 가족이 없어지고 가정이 사라지고 있다.

독거노인, 독거처녀, 독거총각 등 독거가구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어떻게 이 난국을 해결할 것인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다.

비혼 세대들은 ‘아기 낳기 위해 결혼해야 하는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아기를 낳으라는 거냐’라며 출산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럼 나를 낳은 부모에게 물어보자, 어버이들은 “아기를 두고 사랑하는 가정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젊은 부부들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말이다. 집안의 형편과 상관없이 아기가 주는 행복은 사랑하는 가정의 최고 행복이고 최고의 선(善)인 것이다.

처녀와 총각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사는 것은 인간의 근본이다.

고통을 이겨내고 가정을 함께 꾸려 나가는 것이 부부의 첫사랑이고, 인생의 근본이고, 그 속에 인간의 참된 사랑이 우려 나오고 행복이 살아 있는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문이 열리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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