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자두꽃이 한창이구나
불면의 신경 마디마디를 지우는
꽃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는데
벼락은 깜깜함에 눈먼 것들을 잘도 찾아가는구나
얘야, 생활이 편할수록 무르팍이 불편하구나
비를 켜는 악기, 먹구렁이 울음이 보고 싶구나
먼 데 있는 산사나무 그늘이 불어나듯
내 몸이 몹시 가려워지는구나
나는 캄캄한 무르팍 펴고
앞산에 나가 취 뜯고
들깨 모종을 해야 한단다
빈속이 허하도록 / 데면데면 놀아야 한단다
나는 흙으로 다시 오지 않으려
종교도 없이 지냈단다
얘야, 목이 마르구나
내게 이 빠진 호미를 다오
호미 끝엔 환한 세상이 와 있단다





<감상> 어머니는 자연이 돌아가는 때에 맞춰 농사짓는 때를 기막히게 알았답니다. 하루도 흙을 매만지지 않은 날이 없어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고, 흙으로 다시 오지 않으려 종교도 없이 지냈습니다. 뿌리대로 거두는 흙의 습성이 몸에 배어져 있었기에 대지가 어머니의 종교였습니다. 불편한 무르팍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이 빠진 호미를 들고 밭을 매는 꿈을 꾸었을 겁니다. 호미를 달라는 작고도 큰 유언! 호미같이 둥근 몸속엔 환한 세상이 와 있음을 본 것일까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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