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는 두발자유화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몇 가지 면에서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학생 두발과 복장 상태와 관련해 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모든 학교에 통일된 규정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전체 중고교 84% 이상의 학교에서 두발자유화가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완전자유화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서 자체 학칙에 따라 별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굳이 교육청이 나서서 두발제한 규정을, 그것도 완전히 없애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직권남용에 가깝다. 비록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일선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상부기관인 교육청의 이 같은 권고는 학교 측 입장에서 보면 사실 지시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학칙개정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학칙개정이 필요하면 이해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를 포함한 학교 측이 서로 논의를 해서 정하면 될 일이지 교육청이 그 내용까지 정해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지향하는 교육이념에 따라 학교마다 학칙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크게 문제될 것이 뭐란 말인가. 교육청의 표현대로 ‘교복 입은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의된 학칙을 따르는 ‘교복 입은 시민’의 의무도 동시에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이다.
그리고 과연 학생두발을 자유화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창의력이 갑자기 높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머리카락 길이제한을 없애면 학생들의 인성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어렵지만 두발자유화를 한다고 해서 없던 학생들의 창의성이 느닷없이 높아진다는 주장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창의적인 생각은 당연히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된다. 지금처럼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이야말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고 창의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입자격시험이기도 한 ‘바칼로레아’는 수학은 물론 물리, 화학 그리고 생물학 등 8개 분야 과목에 대한 논술시험이다. 암기식 공부로 정답을 찾아내는 우리의 시험제도와는 달리 논리적 사고력을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시험방식이다. 특히 필수과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철학의 경우엔 시험문제 자체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시험이 끝난 뒤 도처에서 토론회가 열릴 만큼 국민적 관심거리가 되곤 한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은 이미 지난 2013년에 IB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도교육청 차원에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학교 운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학생들의 머리카락 말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가지는 게 마땅하다. 학생들의 두발상태는 그냥 학교 자율에 맡기면 된다. 그러니 썩은 줄기는 그대로 둔 채 가지에만 물을 주면 잎은 저절로 무성해질 거라 기대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