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면 살고, 경북에 살면 죽는다. 치료 가능했던 사망자 인구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 강남이 29.6명 인데 비해 경북 영양은 107.8명이다. 현재 의료기술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의 사망률, 즉 치료가능한 사망률(amenable mortality rate)이 경북은 서울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우리 나라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각한 지경이지만 의료 양극화로 인한 지방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제적 시간적 손실 뿐 아니라 귀중한 생명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의료 양극화는 정부가 책임의식을 갖고 풀어야 할 문제다.

지방에는 변변한 의료체계가 갖춰진 시군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가정에 누구라도 한 번 병에 걸리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값을 치러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응급 환자나 중한 질병이 걸렸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심장질환자나 어린이 중환자, 산모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서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민보건 의료실태조사를 보면 치료 가능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서울은 44.6명이지만 경북은 57.86명이나 된다. 이 같은 격차는 경북 지역 대부분 시군에서 나타난다. 경북 봉화가 76.9명, 칠곡 76.8명, 청도 76.2명, 의성 74.7명, 안동 70.1명, 울진 67.6명 등 대부분 시군이 서울 강남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농어촌 지역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환자이송체계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환자가 발생하고 그 시점서 응급의료센터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40분에 이르는 등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해서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예산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지원 예산 977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것으론 미흡하다. 지역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경북 제1 도시인 포항시의 경우도 의료인이 배출되는 대학병원이 없어서 종합병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과 영덕, 울진, 울릉 주민들은 지역 병원에서 서비스 받을 수 없는 질병에 걸렸을 경우 대구와 서울 등지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하는 현실이다. 경북 제1 도시가 이 지경이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의 의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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