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策士) 전원책(全元策). 공교롭게도 그의 이름에 꾀를 내는 사람을 부르는 ‘책(策)’이 들었다. 총선을 1년 정도 남겨둔 시점에 표류하고 있는 제1 야당, 자유한국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에 전원책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를 책사라고 한 것은 그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수적 시각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쓴소리는 물론 한국 사회와 정치 현실에 대한 명쾌한 논리를 펴 왔기 때문이다. ‘책사’는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 제후들의 편에 섰던 전략가들에서 유래했다.

책사 가운데는 봉건적 군왕의 책략가 역할을 하면서 호가호위, 자신의 이익 챙기는데 그친 이도 있지만 훌륭한 전략과 정책을 펴게 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린 위대한 인물도 있다. 절대권력의 곁에 있다 보니 정적들의 시기와 질투, 타도의 대상이 되거나 과욕을 부리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월(越)나라 왕 구천을 섬긴 범려는 대표적인 책사로 전해진다. 오월 전쟁에서 패배한 월의 범려는 왕과 함께 포로로 끌려가 종이 됐다. 수많은 굴욕과 고초에도 번뜩이는 지략으로 목숨을 구하고 결국 월나라를 부흥시켜 오나라를 멸망케 한다. 구국의 일등공신인 그였지만 나라를 나눠 주겠다는 구천의 호의를 거절하고 홀연히 월나라를 떠난다.

우리 가까운 정치사에도 몇몇 책사들이 거론된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적 인물이다. 김종인 대표는 앞서 18대 대선 당시에도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브랜드로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윤여준 전 장관도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로 불린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책사로 출발한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안철수 캠프에서 문재인 캠프로 옮겨가며 책사 역할을 했다.

재야의 정치 훈수 9단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 총선서 괴멸한 자유한국당의 조강특위 위원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당을 일신할 수 없다”는 그의 일성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전면적 물갈이를 예고한다. 책사 전원책이 월나라를 구한 범려처럼 난파선 자유한국당을 구할 수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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