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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해마다 10월 3일은 개천절, 국경일(國慶日)이며 국가 공휴일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은 그냥 공휴일의 하나라고 여기지, 국경일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국경일이란, 이름 그대로 나라의 경사스런 날이다. 그러면 온 국민이 이를 축하하고 이날의 의미를 새기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 한다. 4300여 년 전, 단군왕검을 임금으로 모시고 최초로 나라를 세운 날이므로, 적어도 이날만은 국조인 단군을 추모하고 국민 각각은 뿌리가 같은 큰 나무에서 뻗어 나온 줄기요 가지요 꽃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즉, 독선과 증오를 버리고 민족의 영달과 국가의 안녕을 위하여 4000년 전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토록 이웃 나라에서 천성이 어질고 부드러우며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예의가 바른 나라라고 칭송해 마지않았던 시대를 생각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이 나라, 이 사회는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과 다른 사람의 입장과 의견을 무시하는 고집불통으로 차 있으며, 예의가 실종하여 노인이 젊은이를 두려워하고 사회현장에 친절과 웃음을 보기 힘든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개천절을 단군조선이 수립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환웅께서 3000명의 인걸을 거느리고 어느 먼 곳에서 오시어 신시(神市)를 연 날이다. 그 목적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그래서 임시정부는 환웅이 개천한 날과 단군이 개국한 날을 모두 음력 10월 3일로 비정한 대종교(大倧敎)의 결정을 존중하여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제정하였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실로 장구한 세월 전에 국가를 세우고 국민복지와 문명을 이룩한 뛰어난 문화민족이다. 후세에 여러 조선이 나왔으므로 단군의 조선을 고조선(古朝鮮)이라 하거니와, 이 고조선의 실체와 역사를 거국적으로 규명하여야 한다. 기록이 없다고 하지 말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문헌을 그 주석까지 상세히 연구하여야 하고 고조선과 관련한 유적과 유물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조사하여야 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물론, 하상주(夏商周) 단대공정(斷代工程), 중화문명탐원공정, 중국역사수정(修正)공정을 추진하였다. 동북공정으로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역사가 되었고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여겨지던 삽황오제 시대가 중화문명탐원공정에 의하여 실제적인 역사가 되었고 우리 민족의 역사라고 추정되는 요하문명을 중국의 것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중국역사수정(修正)공정을 통하여 자기들 입맛에 맞게 역사를 고치고 있다. 이같이 중국의 역사침탈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 우리의 상고사, 민족의 형성을 고찰하고 고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깊이 탐구하여야 한다. 다행히 최근 사고전서 같은 고문헌과 요하부근과 중국 동부 등지에서 많은 유물이 나오고 여기에 우리 역사의 흔적이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고려시대의 평양이 대동강이 아니라 요하 부근, 현재의 요양이라는 학설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조선의 수도인 아사달의 위치와 영역, 다뉴세문경을 비롯한 유물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민족정신을 확립할 필요성이 지대하다. 더구나 다문화시대에 대응하고 와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차제에 민족의 정체성 확립은 매우 중요한 명제가 아니겠는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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