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연계 관광자원 개발로 글로벌 관광지 거듭나야

하회별신굿탈놀이
△ 글 싣는 순서

1. 베트남 호이안 옛 마을과 후에 기념물 복합지구

2. 일본 고대 나라의 역사기념물

3.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4. 경주역사유적지구

5. 지역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성화 방안 모색



세계문화유산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세계 각 나라마다 특별한 것이면 무엇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혈안이다.

한국은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 등을 시작으로 최근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 7곳이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여기에 경북지역 4개 서원이 포함된 ‘한국의 서원’을 비롯해 곳곳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신문화의 보존과 관광자원개발은 미비한 수준이다.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보존과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는 관광자원 계발 등이 필요한 때다.



△ 지역별 관광지원 프로그램

세계유산 등재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관광가치의 제고다.

실제 세계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이 증가하고 관광수입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다낭공항은 5년 사이 이용객이 2배 이상 늘었다.

‘다낭을 방문한 연간 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2013년 311만7558명이 다낭을 찾았다. 이 중 외국인은 74만3183명에 불과했다.

2017년 연간 방문객은 659만9758명으로 2013년 대비 111% 늘었고, 외국인 방문객은 229만4826명으로 208%나 증가했다. 특히 한국인은 2013년 5만5559명에서 지난해 91만6527명으로 1549%나 껑충 뛰었다.

다낭 현지인들은 “다낭공항은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 기념물 복합지구를 비롯해 180년 전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호이안의 관문”이라며 “최근 들어 한국인이 많이 찾고 있어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유산으로 둘러싸인 일본 나라현 역시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나라현청이 제공한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2010년 4464만명에서 2011년 3331만명으로 동일본 대지진으로 잠시 관광객이 줄었지만, 2012년 3429만명, 2013년 3547만명, 2014년 3811만명, 2015년 4146만명, 2016년 4407만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각 지역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관광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문화유산에 담겨있는 깊은 이야기를 상품화하고, 외국어 통역을 겸비한 전문 해설사를 양성해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안동 하회마을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의 경우 지난해까지 21년 동안 2318회의 공연을 했는데, 외국인 18만5703명을 포함해 286만1583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상설공연으로는 놀라운 기록이다.

베트남 호이안에서는 전통의상을 입고 연꽃 모양의 소원초를 띄오는 등 ‘베트남 전통 느끼기’가 인기다.

이 외에도 각 지역별 풍부한 문화적 토양과 창조적 문화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근 지역 축제와 연계해 내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며 “전국의 세계유산과 연계한 관광코스 등을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벚꽃으로 둘러싸인 하회마을 전경
△ 지역맞춤 타깃 제고해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관광객 타깃도 제고해야 한다.

나라현은 최근 유럽관광객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지역 관광객들은 역사 문화 탐방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쓰모토 미호 일본 나라현청 과장보좌는 “유럽관광객들은 동양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반면, 아시아 지역 관광객은 쇼핑이나 오락적이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오사카 등 대도시로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최근 몇년 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 중인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경북도 정책에 따라 대만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가 공개한 ‘2012~2017년도 경주 방문 관광객 통계’(내·외국인 포함)에 의하면 2012년 67만3330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3년 69만1260명, 2014년 73만6529명, 2015년 59만186명, 2016년 56만5593명, 2017년 56만6303명으로 최근 5년 사이 10만명 이상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에 관광객 타깃을 따를 게 아니라 경주지역만의 특징인 역사문화향유를 선호하는 나라별 관광객 성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역 주민 참여가 중요하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은 세계문화유산의 정책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일본 나라 지역주민들은 여름과 겨울 ‘도카에’와 ‘루리에’ 불빛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지역 주민들이 열흘 동안 촛불 20만여 개를 밝히는 ‘도카에’에는 1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 이 축제를 즐긴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원 30여 명 역시 지역 주민이다.

유산의 가치와 관련되는 정책 결정은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이들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신상구 위덕대 교수는 “문화유산 지역의 실질적인 수해자 또는 피해자로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 사업에 반영해야한다”며 “주민들은 세계유산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중한 문화재임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보호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신문화 지켜가야

한켠에서는 지나친 관광자원의 개발로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훼손, 토지 수질오염, 교통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세계 유산에 등재돼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사생활 보호가 곤란해지고 경제 활동이 관광업에만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다.

전통 직업을 포기하고 관광업과 서비스 관련 직업으로 옮겨가거나 생활양식에 변화가 발생하는 부정적 측면이 나타난다.

베트남 호치민을 포함해 일부 전통마을에서는 개별 상업 관광활동이 성행하면서 여러 형태의 폐해를 겪었다.

최근 일본 교토에서는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기본 에티켓에 관한 팸플릿을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이지락 양동마을 운영위원장은 “상업화된 관광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양동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로써 존재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 역시 “세계유산 보호와 활용의 1차적 책임은 지자체와 지역 주민에게 있다”며 “역사마을 자체의 환경수용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관광객들에게도 충분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는 수준의 관광객 유입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신문화를 지켜나가면서 주민들의 삶을 위한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다.

하회와 양동마을을 5~600여년간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역사마을로 최근 급격한 현대화 물결 속에 주민들이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구조다.

원주민이 편하게 생활 할 수 있어야 역사마을도 전승·보존되는 만큼, 최소한의 현대식 시설이 허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양동운영위는 공동 기업에서 공동 생산·판매를 통한 경제활동으로 수익창출을 꾀하기 위해 ‘양동마을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또한 지역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현대적 공간 마련을 위해 경주시와 논의 중이다.

주민 역시 수익창출에 앞서 세계유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 운영위원장은 “주민들의 삶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익창출을 위한 상업활동에 초점을 맞추면 역사문화를 이뤄온 생명령은 잃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정책이 등재중심에서 보존관리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세계유산 등재 건수가 늘어감에 따라 보존관리, 모니터링,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등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 또한 증가할 것이다.

현재 세계유산 등재 업무에 평중되던 정책 업무를 보존 종합계획의 수립, 역사문화환경의 체계적 보호, 과학적 모니터링 기법의 전파, 세계유산 네트워킹 구축, 세계유산 전문가 양성 등으로 지속적 세계유산의 전승 보존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세계유산 관리기구도 문화재의 수리 보수나 경상관리와 같은 일상적 업무 보다는 세계유산을 관광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구와 인력을 확보해 관람객을 위한 콘텐츠 개발 등에 노력해야 한다.

신상구 위덕대 교수는 “앞으로는 세계유산의 훼손 및 퇴락 방지를 위한 재정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재정투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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