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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치매는 뇌에 생기는 병이다. 치매는 뇌에 병이 생겨 여러 가지 중요한 인지기능에 장애가 오는 병이다. 치매는 한 가지 병이 아니라 치매를 일으키는 병은 무수히 많다. 결국 뇌 기능에 문제를 초래하는 병들은 모두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을 해 오던 사람이 후천적인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영향을 받는 상태’라고 정의해 볼 수 있겠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건망증은 어떤 일의 세세한 부분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치매는 어떤 일 그 자체를 잊어버린다. 예를 들어 어떤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깜빡 잊어버리는 것이 건망증 증상이라면 인터넷 사용법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는 치매이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을 하지만 치매는 아무리 힌트를 주어도 기억하지 못한다. 제일 중요한 차이는 건망증은 본인이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나치게 인정을 하지만 치매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부정한다.

치매는 진행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스스로는 모른다. 그런데 이 기억력은 과거 기억 보다는 최근의 기억이 현저히 나빠진다. 그래서 최근의 사건이나 일들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답변이 나올 수 있으며 때로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엉뚱한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며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나빠진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가 오는 병이라고 하는데 인지기능이란 무엇일까? 인지기능이란 ‘외부 세계의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말하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뇌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인지 기능은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실행기능, 주의 집중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치매’하면 ‘기억력의 장애’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알츠하이머병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이며 치매의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츠하이머 박사가 처음 보고 하였다는 것을 기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이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은 바로 노화에 의한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타우 단백질 같은 독성물질들이 쌓이고 뇌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병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중요한 부위인 해마(바다에 사는 해마와 그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라고 하는 곳의 신경세포 파괴가 먼저 온다. 이 해마라고 하는 부위의 세포 파괴는 결국 기억의 장애가 오게 되고 치매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므로, 치매는 기억의 장애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어떤 치매는 기억의 장애보다 다른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뇌의 전두엽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이 오면(이를 전두엽 치매라 한다) 기억력의 장애보다 성격의 변화나 행동장애 및 기분장애 같은 현상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혹은 ‘루이소체 치매’라고 하는 병은 생생한 환시(없는 것이 보이는 현상)가 같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기억력 장애가 모든 치매의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그래서 진단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치매는 정상 노화와는 다르다. 치매는 정상 노화에 비해 매우 심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이런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나타내며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에 정상노화와는 다른 병이다. 치매는 매우 복잡한 병이며 치료하기가 어려운 병이므로 그래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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