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조 조광윤은 후대에도 칭송받는 몇 안 되는 황제 중의 한 사람이다. 태조가 칭송 받는 이유는 그의 너그러운 정치 때문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창업과정에서 살육과 숙청, 내분이 다반사였다. 역동적인 제국이었던 당나라를 일으켜 세운 이세민도 황제가 되기 위해 형과 아우를 죽이는 정변을 일으켰다. 명 제국을 세운 평민 황제 주원장은 그 자신이 죽을 때까지 공신들과 일족들을 끊임없이 도륙했다.

역사는 왕조의 창업이 피아 죽음을 부르는 과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송 태조 조광윤은 달랐다. 그는 사람들에게 죄주고, 벌주고, 죽이는 것을 매우 꺼렸다. 가혹한 적폐청산보다 대화와 웃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송 태조가 너그러운 정치로 창업을 순탄하게 하고 수성의 과정에서 혁신을 이룩한 것은 비움과 고요함의 길 ‘허정지도(虛靜之道)’를 한결같이 걸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뜻에 따르는 코드 일족의 부귀와 영화를 위하려는 마음을 비웠던 것이다.

송 태조 조광윤은 후주의 총사령관으로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진군 도중 ‘천자가 되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송나라 개국 황제가 됐다. 조광윤이 이끄는 군대가 수도 개봉에서 수십 리 떨어진 진교역(陳橋驛)에 이르렀을 때 장병들이 조광윤에게 용포를 걸쳐주면서 ‘황제 만세’를 외쳤다.

‘진교 병변(兵變)’으로 황제가 된 조광윤은 장병들에게 엄중하게 명령을 내렸다. “태후와 어린 주상은 우리가 받들어 모신 분이다. 너희들이 겁주거나 해쳐서는 안된다. 대신들은 모두 내 동료였으니 업신여기거나 욕 보여서는 안된다. 조정의 창고나 서민들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 약탈해서도 안된다. 내 명령을 따르면 후한 상을 주겠지만 어기면 너희들 처자까지 베어 죽이겠다”

엄명은 계속됐다. “사대부와 글을 올려 간언하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자손들 가운데 이 맹세를 깨뜨리는 자가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 이 명령이 시행되면서 조광윤은 관대한 사람이란 평판이 널리 퍼졌다.

통합시대를 열겠다던 문재인 정권은 집권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정권 사람들의 감옥행이 이어지고 있다. 너그럽지 못한 정치도 적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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