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시장, 2m 높이 물때 흔적…가재도구·옷 등 성한 것 없어
축산항 주택가 복구 작업 한창

7일 영덕 강구시장 내 한 옷가게에는 흙탕물에 젖은 의류들이 골목으로 나와 있었다.
“세상에…세상에…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더.”

7일 영덕군 상업 중심지인 강구면 강구시장에는 역류한 하수도 침전물의 역한 냄새가 진동하고, 옷가지와 TV 등 가재도구가 골목길 바깥으로 모두 나와 있었다.

전날 영덕을 강타한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가면서 저지대인 시장에는 성인 키만큼 물이 가득 차 상인과 노약자들이 긴급 대피했었다.

또 고무보트를 타며 구조대가 사람을 구조하던 이곳에는 물이 빠지면서 최대 2m 높이 물때 흔적이 건물 벽에 선명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식당·횟집·마트·옷가게·미용실·문구점 등 점포가 밀집한 이곳 상인들은 깊은 한숨과 울먹임과 함께 가재도구와 옷가지, 판매 상품 등을 물로 씻어 내며 하나라도 더 물건을 쓰기 위한 노력에 분주했다.

오포리 강구농협 마트 주유소는 주유기와 기름탱크가 침수되면서 탱크에 보관돼 있던 기름이 역류, 인근 동네에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바람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다른 곳보다 좀 더 낮은 한 주택은 마당 바닥이 진흙 뻘로 가득했고, 집안은 냉장고, 대형 스피커, 가재도구 등이 마구잡이로 어질러져 있어 물 폭탄을 직격으로 맞은 흔적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장의 한 횟집 사장은 “수족관이 침수로 고장 나 우럭 등 활어 60마리가 죽고 보일러도 고장 났다. 강구에서 40년 동안 장사했지만 이런 비 피해는 처음 본다”며 “인근 하천물이 강구 쪽으로 몰려 범람했는데 최근 포항~영덕 동해중부선 구간 강구역을 새로 만들면서 철도를 수 m 높이의 둑 형태로 해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한꺼번에 모인 것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영덕 강구시장 내 한 주택이 태풍에 따른 침수로 바닥이 진흙뻘로 가득차 있는 가운데 봉사자들이 복구에 나서고 있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5~6일 이틀 동안 평균 311.5㎜ 폭우가 쏟아졌는데, 6일 오전 7시에서 정오까지 다섯 시간에만 212㎜ 집중 호우가 내렸다.

특히 생업과 소비 중심지인 강구시장 상가와 주택, 주거지인 축산면 축산항 인근 마을에 피해가 집중됐다.

두 지역 모두 길바닥은 흙탕물이 고여 있거나 마른 곳은 흙 먼지로 가득했고, 살수차량이 이를 씻어 내고 있었다.

축산면 축산리 축산파출소 인근 마을도 이날 못쓰게 된 가재도구를 내다 버리고, 이불 빨래와 진흙을 청소하는 피해 주민과 봉사자 손길이 이어졌다.

주민 전모(71·여)씨는 “지난밤 사이 전기도 정전돼 놀란 가슴에 청심환을 먹어도 잠을 이루지 못해 밤잠을 설쳤다”며 “하루 빠른 전기 복구와 피해 조사 그리고 피해 보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991년 태풍 글래디스가 내습했을 때에는 영덕에 328㎜의 비가 내려, 193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피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시 못지 않은 피해가 집계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덕군민 정모 씨는 “20여 년 만은 큰 물난리로 영덕이 큰 피해와 충격에 빠졌다. 가을철 관광객 감소와 지역 시장 경제 위축마저 우려되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돼 피해 복구와 지원에 속도가 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최길동, 손석호 기자
최길동 기자 kdchoi@kyongbuk.com

영덕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