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등 농수로 관리 부실…포항 연일읍 부추농가 침수 피해
민원 제기에도 예산·인력 타령만
침수를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여파로 큰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농가 진 모(62·여)씨는 마른 진흙으로 뒤덮인 비닐하우스를 수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초 등 잡풀이 무성한 농수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지 오래.
약 5m 폭의 배수로 대부분은 풀과 흙더미로 인해 물이 지나갈 길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아 금세 물이 넘치기 일쑤다.
지속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수습하는 포항시와 농수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예산과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수년째 침수피해를 방관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약 7800㎡ 규모인 진 씨의 비닐하우스 20동 중 13동이 침수됐다.
비닐하우스 10동에서 키우던 부추는 물에 잠겨 썩어가고 있었으며, 3동에서 자라던 방풍 또한 이미 죽어있다.
오는 10월 말부터 수확할 예정이었던 진 씨의 계획은 작물들이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탓에 올 농사는 망쳤다고 푸념한다.
진 씨는 “지난해에는 큰비가 없어 피해 없이 농사를 지었지만 지난 2016년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3번이나 물이 들이차 한 해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하다시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침수피해를 신고하면 피해조사를 하고 사진만 찍어간다. 침수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무시하는 포항시를 보면 버림받은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 농수로에서 방류된 물이 합류하는 어미배수장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견됐다.폭이 약 7~8m에 달하는 이 배수장의 절반은 더욱 많은 수초와 폐기물들로 막혀있다.
그 탓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 때는 배수로의 물이 병목현상으로 역류해 주변 논과 비닐하우스를 덮쳐버리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많은 비가 올 때마다 침수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는 지역 농민들과는 달리 포항시와 농어촌공사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있는 농수로는 포항시가 아닌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시설이다”라며 “진행 중인 우수·오수 분류 작업이 끝난 뒤 상습 침수 피해 지역으로 지정된다면 그 이후에 환경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난 8~9월에 배수장 내 폐기물 제거 작업을 진행했으나 관리 인원이 부족해 모든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미뤄졌다. 빠른 시일 내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