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돌 한글날, 외국인 유학생들이 바라본 한글
계명대 대학원 재학 슈워겔 유딧·치쿠라 씨
"규칙이 이률적으로 적용돼 곧바로 읽고 쓰기 가능 생소한 받침·높임말…배울수록 어렵지만 매력적"

▲ 8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 슈웨겔 유딧(왼쪽)과 짐바부웨 하라레 출신 치쿠라(오른쪽) 학생이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본관 앞에서 자신들이 평소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말이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한글은 논리적인 문자로 한번 배우면 바로 읽을 수 있다”, “한글은 규칙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곧바로 쓸 수 있다.”

한글은 많은 장점이 존재하는 언어다. 그중에서도 논리성은 이미 증명돼 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계명대 대학원에서 재학 중인 슈웨겔 유딧(헝가리·여·25)과 치쿠라(짐바부웨·25) 등 2명의 유학생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슈웨겔 유딧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치쿠라 모두 성장 과정부터 어학에 매우 관심이 많은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6년 8월 한국에 왔으며 인천에서 1년 정도 한국어학당을 다닌 뒤 대구로 내려왔다.

슈웨겔 유딧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 한글과 한국에 친숙하다. 학창 시절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역사와 문화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지면서 지난 2012년 한국학과로 진학하게 됐다. 대학 진학과 함께 한국어를 배웠지만 슈웨겔 유딧은 본국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에는 한계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한국인 교수가 직접 수업을 진행한 1학년 때는 비교적 쉽게 한글을 익혔지만 2학기부터 교수가 바뀌면서 힘들었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한국어 교재로는 제대로 한글을 배우기 쉽지 않았다. 한글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더 많이 배웠다.

어학당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웠고 1년 사이 한국어와 한글이 몰라보게 늘었다.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며 수업도 따라가고 있다.

슈웨겔 유딧은 한글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받침을 꼽았다. 영어를 비롯해 다른 문자의 경우 받침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생소했다. ‘개’와 ‘게’, ‘계’ 등 발음은 같은데 쓰는 방법이 다른 것도 한글을 배우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가게 가게’와 같이 같은 표기인데 다른 뜻인 경우 상황에 따라 쓰는 방법이 어려웠다. 어순은 헝가리어와 비슷해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실질적으로 문법도 한글이 다양했다.

외국인들이 항상 어려움으로 꼽는 높임말도 평어를 존칭어로 바로 바꾸는 것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웨겔 유딧은 한글을 논리적인 언어라고 단언했다. 한 번만 배우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어서 보고, 쓰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슈웨겔 유딧은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한글을 쓰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모국어와 유사한 부분도 있고 한글을 한번 배우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한글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치쿠라는 지난해 3월 한국에 와 곧바로 계명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모교에 있는 한국센터에서 일하며 한국문화를 접했다. 지난 2016년부터 한글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우연한 기회에 한국사람을 만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가 한국센터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 이현정 교수를 만났고 이 교수로부터 한글을 처음 배웠다. 치쿠라가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짐바부웨 고유의 문자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치쿠라는 한국도 한문을 쓰다가 한글이 만들어지면서 고유의 문자가 완성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모국어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 바람이 매우 높으며 전공도 경제와 심리학에서 한국어 관련 과로 바꿨다. 치쿠라도 ‘에’, ‘의’ 등 조사의 활용과 ‘닭’, ‘흙’, ‘읽는다’ 등 받침이 두 개 있는 경우가 배우기 힘들었다. 모국어가 모음으로 끝나는 점도 한글과 달라 배우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글은 개별화된 문자이며 한국어를 직설적인 언어로 높이 평가했다.

규칙이 일률적으로 만들어져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를 수 있는 규칙이 정해져 있는 만큼 언어학적으로 다른 언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모바일 메시지의 경우 글자 수 제한이 많은데 한글은 짧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전문용어는 어렵지만 깊게 배운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언어학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치쿠라는 “우리 문자는 한글처럼 ‘ㄱㄴㄷ’이 없어 영어를 쓰고 있다”며 “모국어를 문장으로 쓸 수 있는 법칙과 방법을 찾는데 한글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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