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간다 / 밀린 봄 소풍 가듯

술과 음료수 갖가지 과일과 프라이드치킨 싸들고

꽃 한 다발 앞세운 채 / 무덤 간다

풀 한번 베고 / 눈물 한번 베고

까르르 웃음 한번 베고

조카들은 즐거이 무덤가를 뛰어다닌다

공복의 잔을 높이 치켜들고

먹고 마시는 동안

술추렴이 슬픔을 넘는다

무덤 앞에서 보여줄 것이라곤

식욕밖에 없다는 듯

기필코 잘 먹고 잘살겠다는 그 약속 보여주려는 듯

한바탕 진하게 떠들고 놀다가

정승처럼 잘살고 있으니

아무 염려 말라고 망자(亡子)의 곁에

꽃다발 대신 앉혀놓고

낮술을 붓는다





<감상> 도시는 죽음을 유폐시키기에 바쁘므로 죽음이 삶과 동떨어진 양 느껴진다. 장례식장에서 죽음이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분을 지닌 무덤은 엄마의 품 인양 부드러운 곡선으로 정신적인 안식을 주고 슬픔을 달래준다. 봉분은 밀린 봄 소풍을 가듯 가족이 모여 노는 즐거움과 망자에 대한 슬픔이 버무려져 있다. 삶 속에서 죽음이 얼마나 낯익은 존재인지 느끼려면 무덤으로 가 보라. 세월은 슬픔을 뛰어 넘게 하고, 봉긋한 무덤조차 산의 능선처럼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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