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한치 부끄러움 없는 의정활동을 통해 더욱 봉사하고, 대구시정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 판정을 받은 배지숙(50) 대구시의회 의장이 8일 밤 9시에 기자들에게 뿌린 사과문의 마지막 문구다. 논문 원저자와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뜻도 담았다. 학위를 즉시 반납하겠다고도 했다. 이미 표절로 결론 난 상황에서 경북대 대학원위원회의 학위 취소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인데 문제가 불거지니 아무렇지 않게도 학위를 반납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배 의장은 사과문에서 연구윤리 기준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있었지만, 학위나 논문을 활용해 정치적 목적이나 학문적 성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논문 작성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히 지키지 못해 표절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의장 사퇴를 요구받을 정도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지만, 의장직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경북대 연구윤리위원회의 따끔한 지적을 보면 달리 보인다. 논문은 본인의 책임 아래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논문작성 방법에 대한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연구윤리 위반의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배 의장 스스로가 표절과 연구윤리 위반 정도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동안 매우 당당했다.

바른미래당 대구시당이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 배 의장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불순한 의도로 제기된 의혹은 후진적인 행태이고, 인신공격이다. 절차에 따라 공부하고 심사받은 논문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윤리위 조사에서도 논문작성 방법에 대한 적절한 지도를 받지 않아서 이 부분에 소홀했다며 지도교수 탓으로 돌렸다. 지도교수 또한 당시에는 표절이나 대필 여부를 확인할 시스템이 부족해서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9월 1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피고발인 신분으로 받은 경찰 조사에서도 다른 이의 논문을 인용한 것이지 표절한 것은 아니라고 완강하게 말했다.

표절은 쉬쉬한 채 시의원으로 당선된 것도 모자라 의장까지 맡은 뻔뻔함은 윤리의식과 도덕성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고, 표절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의혹 제기 자체를 적폐로 매도했다는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지적이 설득력이 커지는 이유다.

배지숙 의장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전화인터뷰조차 허용하지 않아 최근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대필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담지 못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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