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의 대형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경북 구미시에서 화재가 발생, 주민들이 불산 공포에 떨었다. 8일 오전 구미시 구포동 구미국가산업 2단지에 있는 반도체부품 제조업체 원익큐엔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업체는 불산을 취급하는 곳으로 공장의 화재 소식은 삽시간에 구미 전역으로 퍼졌다. 주민들은 6년 전인 2012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4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저장탱크 폭발이 일어나 5명이 유출된 유독가스로 숨진 사고의 기억이 생생한데 또 다시 불산 누출 사고가 재연되지 않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날 사고는 불산 저장시설까지 번지지 않고 진화 됐지만 유사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어서 자칫 큰 사고가 나지 않을 지 불안하다. 화재가 발생한 회사와 가까운 곳에는 9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있는 고등학교와 1280세대와 490세대가 각각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주민과 학생들이 많이 생활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인명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이 버젓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자주 화재나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번에 불이 난 건물에는 도시가스 저장소도 있었다니 아찔한 일이다.

기업들이 안전경영 원칙을 내세우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미 뿐 아니라 경북과 대구지역에서는 단순히 작업 도중의 추락이나 화재는 물론 가스 누출과 폭발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잇따라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포항에서도 올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포항철강공단에서 잇따른 화재와 가스누출 등 유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포항철강산업 2단지 내 비료공장에서 기름탱크가 폭발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북과 대구의 기업체 재해율이 1분기 0.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0.12%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자 수가 2186명으로 지난해 2003명에 비해 183명이 더 많았다. 사망자도 63명이나 돼 지난해 47명 보다 16명 많았다.

지역의 근로자들이 한 분기에만 2000명 넘게 재해를 입고 사망자가 수십 명에 이른다니 특단의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고는 안 될 일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도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안전 교육과 작업 관리도 철저히 할 수 있게 매뉴얼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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