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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폐 감싸기 위해 동원된 ‘주거안정’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등록일 2018년10월10일 16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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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며칠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주거안정’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법원은 이전에도 양씨에 대한 영장을 세 차례나 기각한 바 있다. 양씨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던 차에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양씨 주거지에 대한 수색영장은 절대 발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금까지 법원은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판결을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법의 칼을 가차 없이 휘두르고 권력자나 재벌 앞에서는 한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설문 결과는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560만 원을 훔치고 17년 감옥살이를 한 탈옥범 지강혁이 30년 전에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을 비롯한 몇몇 기관이 2016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 번에 걸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80-90%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실재한다고 답했다.

법원 내부 인사였던 양승태씨에 대한 영장신청에 대해 다른 이유도 아닌 ‘주거안정’을 핑계로 기각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기각 이유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기 힘드니까 생각해 낸 말이 ‘주거안정’이다. ‘주거안정’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다면 범죄 피의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판결을 보면 ‘주거안정’을 위한 판결을 한 건 거의 없는 반면에 법이라는 이름으로 주거권을 짓밟고 훼손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서울 구로구 근로여성아파트에 살던 여성 노동자들 수십 명과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던 세입자 여섯 가구 27명을 보금자리에서 쫓아내는 판결을 했다. 서울 관악구 무허가 주택에 살던 가구를 대책 없이 쫓겨나게 만드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상가 세입자들을 쫓겨나게 하는 판결은 날이면 날마다 언론에 보도되는 실정이다.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의 삶 터를 파괴하고 주거안정을 해치는 판결을 해온 사법부가 ‘주거안정’을 이유로 사법 농단의 중심인물로 지탄받는 양승태씨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고 쓴웃음이 절로 난다.

법원은 범죄 증명이 필요해서 신청한 검찰의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큰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 자기 치부 감추기, 사법적폐 은폐기도, 사법농단 인사 비호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양씨를 감싸는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부패와 불의에 눈감겠다는 선언에 다름 없다. 이 같은 행위는 사법부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말 것이다. 법원은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수사에 협력해야 한다.

양승태씨 집 압수수색이 기각되는 데서 보듯이 현행 사법부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건 물론 스스로의 범죄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사법부 자신은 사법 수사 영역 밖에 있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씨가 저지른 범죄도 문제지만 더 큰 범죄는 사법 단죄의 성역으로 남고자 하는 법원의 행태이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불가피하다.

지금 법원은 자신이 심판의 대상이 될 때 보일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태도를 국민 앞에 드러내고 있다. 국민은 사법농단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고 범죄를 저지른 인사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민의를 받들어 특별재판부 설치를 의결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보수정당은 국정조사에 부정적이고 여당도 국정조사 의지가 약한 것 같다. 국민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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