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 밭이 넓어야 할 것 같다. 콩밭이나 깨밭에 불쑥 솟아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뿌리 째 뽑혀 나가기 일쑤인 명아주는 특별한 쓰임새가 있다. 명아주는 장수하는 노인을 상징하는 ‘청려장(靑藜杖)’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우리나라에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로 불리는 100세 이상의 노인이 1만8505명이나 된다니 하는 말이다.

뽑아 버리는 잡풀이지만 대통령이 100세 노인에게 선물하는 청려장을 만드는 명아주를 우리는 ‘청려(靑藜)’ 라지만 중국사람들은 ‘홍심리(紅心莉)’라 한다. 명아주의 여름 잎은 파랗다가 가을이 되면 둥치 아래쪽부터 붉은 색으로 물든다. 가을의 붉은색 명아주 잎이 붉은 심장처럼 생겼다 해서 중국인들은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신라 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명아주 풀대로 만든 지팡이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고 한다. 청려장은 가볍고 단단할 뿐 아니라 울퉁불퉁한 모양이 고상하고, 지압 효과도 있어서 노인들의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지팡이는 본인이 직접 만들지 않는다. 옛날에는 사람이 일찍 늙어서 50이 되면 자식들이 부모에게 지팡이를 선물했다. 이를 가장(家杖)이라 했다. 60세가 되면 동네에서 만들어주는 향장(鄕杖),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만들어 주는 국장(國杖), 80세가 되면 임금이 만들어 주는 조장(朝杖)을 선물 받았다. 아예 90살이나 100살의 지팡이 이름은 붙이지도 않았다.

지금은 장수 노인이 많아서 90세 이상은 부지기수고 ‘기이지수(期頥之壽)’로 불리는 100세 이상 노인만 해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상 2018년 현재 1만8505명이나 된다. 2007년 1764명 이던 것이 만 10년 새 1만6741명이나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9.1%로 전남(21.8%)에 이어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경북의 100세 이상 고령자만 852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 100세 이상 노인들이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장수 시대에 대한 국가적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청려장을 선물하는 것만으로 안 되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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